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엄마와 그런 부모의 마음도 모른 채 철없이 행동하는 딸. 이런 뻔한 모녀 관계를 생각하고 ‘남남’을 본다면 큰코다친다. 첫 방송에 19금 등급을 달고 나왔을 때부터 예사롭지 않다 했더니, 거실에서 자위하는 엄마를 발견하고 친구에게 “너 엄마가 자위하는 거 봤어?”라고 고민 상담하는 장면은 머리가 얼얼할 정도로 충격이다.
지니TV 월화드라마 철부지 엄마와 쿨한 딸의 이야기를 그린 ‘남남’은 정영롱 작가가 그린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원작과 드라마의 차이가 있다면 직장인 진희가 드라마에서는 경찰이 된다. 배우 전혜진이 엄마 김은미를 소녀시대 수영이 딸 김진희로 분해 모녀관계를 그렸다.
‘남남’ 첫 화는 해수욕장에 놀러 간 은미와 진희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모래사장에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던 은미는 지나가는 젊은 남자들 구경하기 바쁘다. 또 진희에게 클럽을 가자며 제안하지만 거절당한다. 하지만 여기서 기가 죽을 은미가 아니다. “그러면 나이트 가자”며 오히려 진희를 설득하기 바쁘다. 여기까지만 보아도 은미와 진희는 보통의 모녀관계와는 조금 다르다.
너무나도 젊은 엄마와 딸. 겉으로 봤을 땐 자매라고 해도 믿을 법하다. 사실 은미는 고등학교 시절 덜컥 진희를 가졌지만, 남자가 무책임하게 떠나버리고 혼자 진희를 키우는 싱글맘이다. 그렇다고 ‘남남’은 은미의 과거에 대해 구차하게 설명을 늘어놓지는 않는다. 오히려 비 오는 날 노릇하게 구운 파전에 막걸리 한잔을 기울이며 은미와 진희의 모녀 관계가 끈끈하다는 걸 보여준다.
‘남남’ 3화에서는 물리치료사로 일하고 있던 은미가 할머니 환자 등에 있는 타박상을 발견하고 그날 저녁 진희에게 가정폭력이 의심된다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담겼다. 심상치 않은 상황을 직감한 진희는 다음날 즉시 아동복지센터 직원들과 할머니의 집으로 향했다.
집에는 할머니뿐만 아니라 대여섯 살 정도의 어린 손자도 함께 있었고 아이의 몸 구석구석에서도 시퍼런 멍이 발견됐다. 가정 폭력의 정황은 수두룩했지만, 경찰인 진희가 현장에서 바로 해결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여기에 설상가상 은미가 가정 폭력 사건의 신고자라는 사실이 피의자의 귀에 들어가게 되면서 사건은 2차전을 맞았다.
결국 남성의 블랙박스에서 가정 폭력 증거가 발견되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 과정에서 은미도 과거에 가정폭력 피해자였던 사실이 드러났다. 파출소 앞에 쭈그리고 앉은 은미는 본인의 과거를 떠올리며 씁쓸해했다. 늘 강하고 당찬 모습만 보였던 은미가 유일하게 작아진 순간이었다.
‘남남’은 이런 은미를 불쌍하게만 그리지 않는다. 그런 은미의 곁에 쿨한 딸 재희가 있고, 재희가 “엄마 담배사 올까?”라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위로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유쾌하게 풀어나간다. 또 어릴 때 비가 오는 날마다 은미가 해 준 것처럼 진희가 집 욕조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고 엄마를 기다리는 장면은 진한 감동도 자아낸다.
이처럼 ‘남남’은 너무 가까운 것보다 오히려 한 발짝 멀리서 지켜볼 때 좋은 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는 걸 은미와 지희를 통해 보여준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존재하 듯 ‘남남’은 은미와 진희를 통해 새로운 가족상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들 반응도 좋다. 1.3%로(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 시작한 ‘남남’은 최근 방송에서 2.7%를 기록, 심사치 않은 상승세를 보인다. 5화부터는 새로운 인물 박진홍(안재욱)이 등장해 은미아 미묘한 관계를 그린다. 돌싱 은미에게 새로운 사랑이 찾아올까. 또 진희는 엄마의 사랑을 어떻게 바라볼지 기대가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