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해 연간 매출 3조원이 넘으면서 '3조 클럽'에 가입했다.
2022년 매출은 전년 대비 17.5% 증가한 3조1291억원을 기록했다. 농심이 연간 매출 3조원을 넘은 것은 작년이 처음이다. 식품 기업 중 3조 클럽은 2021년 4곳에 불과했지만 작년 8곳이 이름을 올렸고 그 중 한 곳이 농심이다.
다만, 이 같은 호실적에도 농심은 맘 편히 웃지 못하고 있다. 경쟁사들에 비해 한쪽에 쏠려 있는 사업구조 때문이다.
농심은 국내 라면 매출 비중이 회사 전체 매출에서 절대적이다. 2022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농심은 지난해 전체 매출 가운데 78.8%에 달하는 2조4664억원을 라면을 팔아 거뒀다.
또 라면 매출은 내수와 수출로 나뉘는데 국내 라면 매출은 2조2850억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3%를 기록했다.
반면 경쟁사 오뚜기는 농심보다 상대적으로 다각화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지난해 전체 매출은 3조1833억원으로 농심을 웃돌았다. 면제품류 전체 매출은 8876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7.9%에 불과했다. 내수와 수출을 모두 다 합쳐서다.
문제는 라면과 내수에 쏠린 수익구조가 원자재 가격 인상 충격을 흡수하지 못한 채 농심의 실적 타격으로 고스란히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최근 라면 업체들이 최근 정부 압박에 못 이겨 라면값 인하에 나선 가운데 가장 먼저 총대를 멘 농심은 수익성에서 상대적으로 더 직접적 영향권에 들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에 농심은 건강기능식품(건기식), 대체육, 해외사업 강화 등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먼저 농심은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스마트팜'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1995년 강원도 평창 감자 연구소를 시작으로 스마트팜 기술을 연구해 온 농심은 지난해 오만에 스마트팜 컨테이너를 수출하고, 올해 아랍에미리트(UAE)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스마트팜 업무협약(MOU)를 체결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건푸드' 시장에도 적극 뛰어들고 있다. 지난 2020년 농심이 자체 개발한 대체육 제조 기술 HMMA를 기반으로 다양한 식품을 선보이는 비건 브랜드 '베지가든'을 론칭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 비건 파인 다이닝을 제공하는 '포리스트 키친'도 오픈했다.
지난 2020년 론칭한 '라이필' 브랜드를 필두로 건기식 시장에서도 적극적이다. 자체 기술로 개발한 '저분자콜라겐펩타이드NS'를 주원료로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며 콜라겐 시장에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에는 프로바이오틱스, 오메가3, 락토페린 등 라이필 브랜드로 다양한 건기식도 선보이고 있다.
이와 별도로 기존 사업인 제과 부분에서는 신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먹태깡'이 대표적이 사례다. 먹태깡은 새우깡·감자깡·고구마깡·양파깡·옥수수깡에 이은 농심의 여섯 번째 '깡 스낵'이다. 지난 2021년 사내 제품개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제품을 상품화한 것이다. 지난달 26일 출시 이후 일주일 만에 100만 봉이 팔렸고 현재 기준 213만 봉이 팔렸다.
하지만 신사업이 쉽사리 자리 잡기에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일단 비건푸드와 건강기능식품 모두 경쟁자가 많다. 실제 비건푸드 시장엔 동원F&B(비욘드미트), 롯데푸드(제로미트), 오뚜기(그린가든), 바이오믹스테크(고기대신) 등이 먼저 자리잡았다. 비건시장에서는 풀무원·CJ제일제당 등 업체들이 ‘맞춤형 건기식’을 줄줄이 출시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비건푸드와 건기식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러 업체가 뛰어들고 있다"며 "농심의 가세로 되레 업계 출혈경쟁이 예상되며, 당장 실적을 내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