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안우진(키움 히어로즈)이다. 키움이 에이스 매치에서 오롯이 선발의 힘으로 완승을 거뒀다.
키움은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정규시즌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에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앞서 3연전 두 경기에서 한화에 연패했던 키움은 1승을 만회, 시즌 41승 2무 49패로 8위 한화와 승차를 0.5경기로 줄였다.
스코어가 말해주듯 완벽한 투수전이었고, 이름값을 한 에이스 매치였다. 한화는 전반기 팀 상승세를 이끌었던 외국인 에이스 리카르도 산체스가 나섰다. 150㎞/h 강속구와 예리한 체인지업, 커브를 앞세운 그는 앞선 두 경기에서는 부진(8이닝 13실점 12자책점)했다. 부진의 이유를 찾고, 호투해야 하는 경기였다.
키움으로서도 에이스가 나섰지만, 마냥 안심할 수 없었다. 안우진은 지난 6월 28일 KAI 타이거즈전부터 11일 KT 위즈전까지 3경기 연속 4실점 이상으로 부진한 바 있다. 21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6이닝 2실점으로 부활했으나 연속 호투로 안정감을 재증명해야 했다.
두 투수 모두 완벽투로 우려 아닌 우려를 깔끔하게 씻어냈다. 판정승을 거둔 건 안우진이다. 올 시즌 최다 이닝 타이기록인 8이닝을 소화했고, 피안타는 단 2개에 불과했다. 1볼넷 10탈삼진으로 한화 타선을 완벽하게 압도했다. 8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단 99구만 던졌는데 이 중 스트라이크가 70구에 달했다.
안우진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산체스 역시 깔끔한 호투로 에이스 역할을 해냈다. 7이닝 2피안타 4볼넷 7탈삼진 2실점(1자책점)을 남겼다. 직전 두 경기에서 불펜 부담이 컸던 한화는 산체스가 이닝 이터 역할을 한 덕분에 이태양 단 한 명의 불펜 투수만 기용, 구원진에 휴식을 안길 수 있었다.
두 투수의 완벽한 호투에서 승패를 가른 건 결국 수비였다. 한화 수비가 4회 잠시 무너졌고, 키움이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산체스는 4회 말 선두 타자 김혜성에게 초구 커브로 1루수 땅볼을 유도했는데, 1루수 권광민이 포구 실책을 범해 그를 살려 보냈다. 권광민은 학창 시절 1루수로 뛰었으나 프로에 와 선발 1루수로 나선 건 이날이 처음이다.
권광민의 실책은 나비효과가 돼 2실점으로 이어졌다. 키움은 후속 타자 로니 도슨이 볼넷으로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고, 이를 베테랑 이형종이 적시타로 연결해 선취점을 만들었다. 적시타 때 3루까지 진루한 도슨은 송성문의 땅볼 때 홈으로 쇄도해 추가 득점까지 이끌었다.
키움의 두 점은 결국 이날 경기 한화가 '넘을 수 없는 벽'이 됐다. 산체스는 이후에도 무실점 호투했으나 안우진도 완벽투를 펼쳤고, 이닝마저 길게 소화하며 공략의 여지를 차단했다. 결국 0의 행진이 계속된 가운데 키움 마무리 임창민이 9회 등판, 2피안타 무실점 시즌 16호 세이브로 경기를 마무리해냈다. 선발 투수 안우진도 시즌 7승(6패)을 수확했다.
키움은 이형종이 결승 타점을 올린 가운데 이용규와 도슨이 1안타 1볼넷 멀티 출루로 제 몫을 했다. 안우진에게 압도당한 한화 타선은 최근 타격감이 올라오면서 2번 타자에 안착 중인 정은원이 4타수 2안타, 주포 노시환이 4타수 2안타를 기록했으나 득점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결국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