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여자 축구 대표팀은 오는 30일 오후 1시 30분(한국시간) 호주 애들레이드 쿠퍼스 스타디움에서 모로코와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을 치른다.
벨호는 지난 25일 열린 콜롬비아와 1차전에서 0-2로 완패했다. 1차전에 포커스를 맞추고 대회를 준비한 한국은 16강 진출에 적신호가 켜졌다. 애초 FIFA 랭킹 2위인 독일이 H조 최강으로 여겨졌다. 한국은 현실적으로 콜롬비아와 2위 경쟁을 할 것이 유력했는데, 1차전에서 패하면서 부담스러운 두 번째 경기를 맞게 됐다.
2차전 상대인 모로코(72위)는 한국(17위)보다 랭킹이 55계단 아래 있다. 조 최약체로 분류된다. 모로코는 독일과 1차전에서 0-6으로 맥없이 무너졌다. 미국 CBS 스포츠가 매긴 '첫 경기 후 월드컵 출전국 32개 팀의 파워 랭킹'에서 한국은 23위, 모로코는 최하위에 그쳤다. 한국이 반드시 꺾어야 하는 상대다.
‘실수’를 줄여야 승산이 있다. 콜롬비아전에서는 벨 감독의 질책성 발언이 나올 만큼 실책성 플레이가 여러 차례 나왔다. 심서연(수원FC)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줬고, 골키퍼 윤영글(BK헤켄)의 펀칭 실수로 두 번째 골을 허용했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토너먼트 진출을 목표로 둔 팀이면 나오지 말았어야 할 장면이라는 평가다.
모로코는 웅크렸다가 한 방을 노리는 ‘선 수비 후 역습’ 전술로 한국을 공략할 공산이 크다. 그간 헐거운 수비가 약점으로 지적됐던 벨호가 남은 시간 얼마나 후방 조직력을 다지느냐가 모로코전 관건이다. 아울러 상대의 밀집 수비를 깰 방도를 찾는 게 과제다. 측면에서의 크로스, 컷백 등 공격수들 간 약속된 움직임이 수반된 패턴 플레이가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
모로코전은 무조건 이겨야 한다. 한국의 조별리그 마지막 상대가 독일이다. 독일과 콜롬비아가 1승씩 거둔 가운데, 한국이 2차전에서 이겨야만 ‘경우의 수’라도 따져볼 수 있다. 일단 모로코를 꺾어야 실낱같은 희망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다.
이겨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독일이 콜롬비아를 이긴다고 가정해도, 한국이 3차전에서 승점 3을 쌓아야 16강 티켓을 거머쥘 가능성이 크다. 독일이 2차전에서 승리하고 16강행을 확정한 후 마지막 한국전에서 힘을 빼는 것을 기대하는 게 현실적이다. 만일 독일보다 한수 아래로 여겨지는 콜롬비아가 독일을 꺾는 이변을 일으킨다면 한국의 상황은 더 나빠질 수도 있다.
한국은 독일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승점을 얻어야 토너먼트행 희망이 생기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모로코를 먼저 누르고 좋은 기세를 이어가는 게 최선이다. 만일 모로코에도 진다면, 한국은 월드컵 2회 연속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