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보다 힘들었지만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보람된 작업이었다. 배우 도경수에게 영화 ‘더 문’은 무척이나 특별한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더 문’ 개봉을 앞둔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도경수와 만났다. 이 작품에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를 연기한 그는 “이렇게 혼자서 연기를 한 작품은 처음이었다. 많은 것을 배웠다”고 이야기했다.
‘더 문’의 김용화 감독과 도경수는 구면이다. 앞서 김용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쌍천만 히트를 기록한 ‘신과 함께’ 1, 2편에서 도경수는 원 일병을 연기했다. 이 인연으로 ‘더 문’에선 주인공이 됐다. 도경수는 “감독님이 ‘신과 함께’에서 나를 좋게 보고 선택해주신 거니까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진짜 노력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더 문’은 사고로 인해 홀로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설경구)의 사투를 그린 영화. 영화 스토리의 특성상 달의 뒷면에 홀로 고립돼 있는 선우를 연기한 그는 실제 촬영에서도 외로운 순간들이 많았다. 하지만 또한 그 덕에 김용화 감독과 더 내밀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기도 했다.
“‘신과 함께’ 때는 제가 맡은 캐릭터가 그렇게 비중이 크진 않았기 때문에 현장에 친밀하게 스며들지는 못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더 문’ 때는 계속 혼자 연기를 하다 보니 감독님과 가까워질 시간이 많았어요. ‘더 문’을 하면서 감독님의 새로운 면을 많이 알게 됐어요.”
‘척하면 척’이라는 말 그대로였다. 도경수는 “마치 오래된 사이인 것처럼 눈만 봐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래도 와이어를 5~6개씩 달고 하는 액션, 5~6kg에 달하는 무거운 우주복을 입고 하는 촬영은 녹록지 않았다. 도경수는 “생각했던 것보다 힘들더라”고 털어놓으며 웃었다.
“솔직히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았어요. 우주복을 입은 순간 ‘이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을 정도거든요. 몸을 빠릿빠릿하게 움직이기도 힘들고, 덥기도 했고요. 평소에 연기를 할 때는 2~3가지 정도를 고려하면서 연기했다면 이번엔 한 번에 7~8가지를 생각했어요. 화장실을 못 간 것도 힘들었고요. (웃음)”
도경수는 그룹 엑소 활동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했다. 선우가 있는 배경이 지구보다 중력이 약한 달에 있기에 움직임을 천천히 했어야 하는데, 평소 퍼포먼스 연습으로 다져진 움직임이 도움이 많이 됐다. 와이어를 여러 방향에서 당기는 촬영 때도 평소 신체를 두루 사용한 경험이 빛을 발했다. 그는 “무대에서 움직였던 경험이 어떤 액션신이나 몸의 움직임을 표현할 때 확실히 도움이 된다. 불필요한 동작을 최소화하는 것은 춤에서도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도경수는 ‘더 문’으로 배운 점이 많다. 극한의 상황일 때 자신이 어떻게 표현을 하는지를 알게 됐고, 육체적인 부분에서도 자신감을 얻었다. “거의 최고로 어려운 와이어 연기를 해본 것 같다”는 그는 이제 와이어를 7~8개씩 달고 하는 연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도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도경수에게 ‘더 문’은 큰 보람과 만족이 됐음이 분명한 듯했다.
VFX(특수시각효과)의 매력을 경험한 것도 의미가 컸다. 찍으면서도 ‘이 장면은 도대체 어떻게 나올까’ 싶었던 장면이 있었고, 완성된 작품을 본 뒤 ‘이건 내가 찍은 장면이 아닌데?’라고 생각도 했다. 도경수는 VFX의 도움 덕에 자신이 한 노력이 훨씬 크게 부각됐다고 이야기하며 “실제로 장면이 어떻게 구현될지 상상만 했던 장면이 큰 스크린으로 구현되는 것을 봤을 때 정말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내가 고생을 했다고 말을 해주시는데 잘 찍어준 감독님과 후반작업의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하고 싶다는 걸 뚜렷하게 정해놓지는 않았어요. 시나리오가 재미있고 제가 도전할 수 있는 요소가 있다면 어떤 것이든 할 것 같아요. 그래도 굳이 하나를 얘기해보자면 처음부터 끝까지 액션이 나오는 그런 본격 액션물을 해보고 싶긴 해요. 아예 반대로 액션은 전혀 없고 사람의 감정으로만 끌고 가는 그런 작품도 해보고 싶고요. 물론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더 문’이죠. 이번 여름 많은 한국 영화가 개봉하는데 모든 작품이 다 좋은 성과를 거뒀으면 좋겠습니다.”
도경수가 우주 대원 선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더 문’은 2일 개봉한다. 도경수 외에 설경구, 김희애 등 연기파 배우들이 출연, 관객들을 한국이 만든 우주의 세계로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