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 아틀레티코마드리드(AT마드리드)가 한국 축구 팬들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다. 선수들은 명품 경기와 팬 서비스를 선보였고, 팬들은 열렬한 환호로 응했다.
맨시티와 AT마드리드는 지난달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친선전을 치렀다. 6만4185명의 구름 관중 앞에서 치른 경기에서 AT마드리드가 2-1로 이겼다. AT마드리드에선 멤피스 데파이와 야닉 카라스코, 맨시티에서는 후벵 디아스가 골 맛을 봤다.
경기 전 폭우가 쏟아지면서 경기장에 물이 찼고, 킥오프가 40분이나 지연됐다. 무더위는 밤까지 이어졌다. 선수도, 팬도 지칠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선수들은 사력을 다했다. 최정예 멤버를 선발로 내세운 양 팀은 서울에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못지않은 혈투를 벌였다. 경기 초반부터 서로를 강하게 괴롭히는 등 프리시즌 친선경기가 맞나 싶을 정도의 강도로 경기를 했다. “와~”하는 관중 감탄사가 서울월드컵경기장에 퍼졌다.
친선전의 묘미인 팬 서비스도 빠지지 않았다. AT마드리드의 앙투안 그리즈만은 교체로 물러날 당시 환한 표정으로 관중석에 손을 흔들며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냈다. 벤치에서는 ‘응원 단장’역을 자처했다. 그리즈만와 로드리고 데 파울은 벤치에 앉지 않고 아예 관중석으로 돌아서서 파도타기 응원을 주도했다.
경기가 지연되면서 기자회견, 인터뷰 등에 참가할 수 없게 된 맨시티 선수들은 팬 서비스로 아쉬움을 달랬다. 맨시티 최고 스타 엘링 홀란은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직접 인사했다. 골대 뒤쪽 전광판을 넘어 가서 팬들에게 유니폼을 던져줬고, 라커룸으로 향하면서 속에 입고 있던 언더셔츠까지 관중에게 선물했다. 부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한 케빈 더 브라위너도 팬들의 환호에 부응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운 듯 경기장을 돌며 감사를 전했다.
이날 첫 골을 기록한 데파이도 중계사와 인터뷰 후 관중석의 한 팬에게 유니폼을 선물했다. 데파이는 수많은 맨시티 팬 사이에서 아틀레티코 셔츠를 입은 팬을 찾아 자신이 입고 있던 상의를 벗어줬다.
곧장 공항으로 향한 맨시티 선수들은 끝까지 팬들을 위했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과 더 브라위너는 공항에 배웅나온 팬 대부분에게 사인을 선물했다는 후문이다. 홀란은 한국 투어를 마친 후 인스타그램에 “며칠 동안 기억에 남을 순간을 만들어줘서 감사하다. 다음에 만날 때까지”라며 손 인사 이모지를 덧붙였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데파이는 “한국 경험이 첫 번째인데, 많은 응원을 보내주셔서 경기를 즐겼다. 관중이 (선수들의) 한 동작, 한 동작에 호흡하고 느끼는 걸 보면서 축구를 향한 한국 팬들의 열정이 느껴졌다”며 감사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