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열린 조아제약 프로야구대상 시상식에서 프런트상을 받은 뒤 차명석 LG 트윈스 단장이 소감을 말하고 있다. LG는 올 시즌 프로야구 트레이드 데드라인 전 선발 투수 최원태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IS 포토
관심이 쏠린 트레이드 마감 빅딜은 없었다. 우승이 절박한 LG 트윈스만 승부수를 던졌다.
매해 7월 31일은 KBO리그 트레이드 마감일이다. 야구규약 제86조에는 '선수계약의 양도가 허용되는 기간은 KBO 포스트시즌 종료 후 다음 날부터 다음 해 7월 31일까지'라고 명시돼 있다. 데드라인이 다가오면서 물밑에선 여러 이적설이 나돌았지만, 최종적으로 성사된 대형 트레이드는 마감 이틀 전 이뤄진 최원태 이적뿐이었다. 항간에는 지방 한 구단을 중심으로 외국인 트레이드 가능성까지 제기됐으나, 모두 불발에 그쳤다.
눈치만 보다 끝났다. 전력 보강을 노린 팀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섣불리 이적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중위권 순위 경쟁이 워낙 치열한 것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트레이드 마감일 기준 3위 두산 베어스와 7위 롯데 자이언츠의 승차가 3.5경기에 불과했다. 최하위 삼성 라이온즈마저 트레이드 마감일 직전 3연승을 질주, 가을야구 희망을 놓지 않았다. 2위 SSG 랜더스까지 시장에서 빈손으로 철수하니 결국 요란했던 빈 수레가 멈췄다.
트레이드 문이 굳게 닫히자 '최원태 이적'이 재조명받고 있다. 토종 에이스를 판매한 키움 히어로즈의 결단도 놀랍지만, 그만큼 LG의 적극성도 돋보였다. 선발 투수진이 약하다고 판단한 차명석 LG 단장은 미국에서 진행된 단장 워크숍 기간, 고형욱 키움 단장을 만나 협상의 물꼬를 텄다. 이후 트레이드 카드를 조율한 끝에 지난달 29일 이적이 공식 발표됐다. 즉시 전력감을 내주는 대신 키움에서 원한 '유망주 패키지'를 꾸렸다.
2023 KBO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30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키움에서 LG로 이적한 최원태가 선발 등판해 1회말 수비를 삼자범퇴로 마무리한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잠실=김민규 기자
물밑에서 진행된 대부분의 트레이드 협상이 출혈의 수준을 고민하다가 깨진다. LG는 최원태의 대가로 애지중지 키운 군필 내야 유망주 이주형(22), 202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7순위로 지명한 투수 김동규(19), 2024년 신인 1라운드 전체 8순위 지명권을 키움에 넘겼다. 다른 구단에선 꺼릴 만한 '유망주 패키지'를 과감하게 만들었다.
차명석 단장은 "이주형은 정말 아까운 선수다. 워낙 신경을 썼던 선수지만, 이주형을 주지 않으면 (트레이드가) 성사가 되지 않았다"며 "멀리 보는 것도 생각하지만 기회가 왔으면 현실에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고심의 흔적을 내비쳤다. 전반기를 1위로 마친 올해가 1994년 이후 멈춘 한국시리즈 우승 시계를 돌릴 적기라고 판단했다.
트레이드 마감일 기준 리그 상위 5개 팀 중 LG만 움직였다. 약점이 없는 건 아니지만, 하나같이 외부 수혈을 꺼렸다. 공교롭게도 리그 1위 LG만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A 구단 관계자는 "LG가 이번 트레이드를 잘했다고 본다. 절실함의 승리"라며 "경쟁하는 구단이지만 칭찬하고 싶다. 최원태가 갑자기 못 던지지 않고서는 (우승) 가능성이 커진 건 맞다"고 말했다. LG의 과감한 선택이 해묵은 우승 갈증을 풀어낼 비책으로 작용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