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아픔은 잊었다. '스마일 점퍼' 우상혁(27·용인시청)이 다시 뛰어오를 준비를 마쳤다.
남자 높이뛰기 간판 우상혁은 4일 독일로 출국, 유럽 현지에서 19일 개막하는 2023 부다페스트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준비한다. 2일 인천 문학경기장 주경기장에서 본지와 만난 그는 "작년에 못 딴 금메달, 맡겨놨던 금메달을 찾아와야 한다"며 껄껄 웃었다.
우상혁은 지난해 7월 미국 오리건주 유진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선수가 실외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메달을 딴 건 2011년 대구 대회 경보에서 김현섭(동메달) 이후 11년 만이었다. 값진 결과였지만 페이스가 워낙 좋았던 만큼 '세계 2위'라는 성적표에 만족할 수 없었다. 1년 동안 만반의 준비를 했고 이제 기회가 왔다.
지난 2주 동안 진천선수촌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한 우상혁은 "지금이 딱 잘 뛸 시기여서 몸이 근질근질하다. 이전에 뛴 건 (의미를 크게 두지 않는) 그냥 기록일 뿐이다. 세계선수권은 항상 재밌는 경기여서 후회 없이 준비를 잘해온 거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상혁은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1997년 이진택이 세운 2m34의 한국기록을 갈아치우며 한국 육상을 대표하는 간판으로 우뚝 섰다. 여러 대회를 거치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입증했다. 부다페스트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선 '현역 최강' 무타즈 에사 바르심(카타르) '신흥 강호' 주본 해리슨(미국)과 함께 3파전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지난해 세계육상선수권대회 3연패를 달성한 바르심과의 맞대결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우상혁의 높이뛰기 개인 최고 기록은 실외 기준 2m35(실내 2m36)이다. 올해는 지난 6월 제77회 전국육상선수권대회에서 기록한 2m33이 시즌 베스트. 김도균 코치에 따르면 우상혁은 연습 경기에서 2m30을 여러 차례 뛰어넘으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우상혁은 "경기에서 보여드리고 싶어서 말씀을 안 드렸는데 코치님이 말씀하셨다니 어쩔 수 없다"며 "연습 때 너무 좋았다. PB(개인 최고 기록)도 많이 세웠다. 기량이 살짝 올라왔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최근 우상혁은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 7월 초 스웨덴 스톡홀름 다이아몬드리그에선 2m16에 세 차례 도전해 모두 실패했다. 경기장에 내린 비 때문에 정상적인 경기가 어려워 기록 없이 대회를 마쳤다. 하지만 7월 중순 태국에서 열린 제25회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28을 기록, 금메달을 차지하며 반등했다.
부다페스트 세계육상선수권대회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전에 열리는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우상혁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예선전은 한국시간으로 오후 5~6시 정도에 한다. 아주 재밌고 신나게 점프하는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까 응원 많이 해주셨으면 한다. (결선이 열리는) 새벽까지 응원해 주시면 맡겨놓은 금메달을 가져올 수 있을 거 같다"며 "AG까지 최선을 다할 거니까 응원 많이 부탁드리겠다. (별명인) '스마일 점퍼'처럼 뛰고 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