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빈은 지난 6일 서울 잠실 KT 위즈전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실점을 기록하고 패전을 떠안았다. 최근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달성했지만, 상대 선발이었던 고영표가 7이닝 1실점 호투한 탓에 판정패를 당했다.
곽빈은 올 시즌 9승 4패 평균자책점 2.46으로 호투 중이다. 8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평균자책점 6위일 만큼 투구가 뛰어나다. 다만 이닝 소화력에서는 다른 팀 에이스들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있다. 경기 당 평균 5.60이닝(18위) 소화에 그쳤다. 4월 2경기를 제외하면 7월까지 6이닝을 넘기지 못했다.
그랬던 곽빈이 8월에는 2경기 연속 QS+에 성공했다. 1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2볼넷 10탈삼진, 6일 KT전에서 2볼넷 8탈삼진을 기록하는 등 내용이 좋았다. 1회 시작하자마자 볼넷을 내주며 2실점했지만, 곧바로 안정감을 회복해 만든 성과였다. 특히 2사 만루 상황에서 1주간 결승타 4개를 때리던 황재균을 잡아낸 게 투구의 백미였다. 7구까지 가는 승부를 벌였다. 제구된 강속구를 모두 커트하는 황재균의 의표를 찔러 한가운데 슬라이더를 던져 루킹 삼진을 이끌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 안우진(키움 히어로즈)과 함께 강속구 투수로 이름을 날린 곽빈에게 구속은 호투의 조건이 아니다. 그에게 필요한 건 언제나 제구였다. 부상에서 돌아와 선발 로테이션에 합류한 2021년, 곽빈은 투구 감각을 잡지 못한 탓에 9이닝당 볼넷(BB/9) 7.21개를 기록했다. 타자는 물론 투수와 포수까지 공을 예측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투구 감각을 되찾고 팔 각도를 낮추며 곽빈의 BB/9이 절반 수준(3.66개)까지 떨어졌다. 올해도 4.29개를 기록 중이다. 실투가 줄어들면서 지난해 0.79개였던 9이닝당 피홈런 개수도 4분의 1 수준(0.21개)까지 줄었다.
지난 3월 태극마크를 달고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했을 때도 곽빈이 배운 건 하체와 제구의 중요성이었다. 그는 "일본 투수들은 공을 정말 살살 던지는 것 같은데도 155㎞/h가 나온다"며 "대표팀 동료들과 얘기하면서도 많이 느꼈다. (고)영표 형은 우리나라에서 제구가 제일 좋은데, 하체를 정말 신경 쓰신다. 그때 많이 깨달았다. 이후 하체 웨이트 트레이닝을 정말 많이 했다"고 돌아봤다.
고영표는 곽빈이 극찬하는 게 당연한 '제구 마스터'다. 지난 2017년 이후 BB/9 1.6개를 넘긴 적이 없다. 올해는 커리어에서 가장 낮은 0.72개에 불과하다. 고영표의 올 시즌 빠른 공 평균 구속은 133.7㎞/h다. 곽빈(147.2㎞/h)보다 13㎞/h 이상 느린데도 타자와 상대할 때 절대 도망가지 않는다. 대신 그보다 느린 체인지업(115.7㎞/h)을 39.4%나 던져 범타를 양산한다.
당장 곽빈이 고영표가 될 순 없다. 선배도 후배의 성장과 의욕을 잘 알고 있다. 고영표는 "하체도 중요하지만, 최근 던지면서 관절과 근육이 타이트해진 걸 느꼈다. 그 부분 회복에 신경 썼더니 6~7월 반등할 수 있었다. 어제(5일)도 (곽)빈이와 만나 그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고 전했다.
조언에 칭찬을 더했다. 고영표는 "빈이가 던지는 매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나도 그가 성장했다고 느낀다. 오늘(6일)도 서로 좋은 피칭을 했다고 격려를 나누고 싶다"며 "앞으로 대투수가 될 것 같은데, 지금처럼 적은 개수로 많은 이닝을 끌어가라고 얘기해주고 싶다"고 덕담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