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는 걸 알아요. 그렇지만 일단 봐주셨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에요. 그것이 곧 작품에 대한 관심이라는 걸 아니까요.”
배우 정해인이 넷플릭스 시리즈 ‘D.P.’의 새로운 시즌으로 돌아왔다. 최근 ‘D.P.’ 시즌2 공개에 맞춰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정해인은 넷플릭스를 떠들썩하게 만들며 전 세계에 K콘텐츠 존재감을 각인시킨 이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일단 가장 큰 소감은 감사하다는 거예요. 배우로서 제가 출연한 작품을 많은 사람들이 봐준다는 건 좋은 일이잖아요. 이 기쁨도 언젠가는 사라진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만끽하고 즐기려고 하고 있어요.”
‘D.P.’는 군무 이탈 체포조(D.P.) 준호와 호열이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정해인은 다소 융통성 없지만 자신이 맡은 일에 사명감을 갖고 임하는 준호 역을 맡아 호열 역의 구교환과 호흡을 맞췄다.
지난 2021년 8월 공개된 ‘D.P.’ 시즌1은 그야말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 등 멜로에서 강세를 보였던 정해인에게 이렇게 다부진 말투와 얼굴이 있다는 걸 ‘D.P.’는 확인시켰다. 특히 안준호 역에 정해인을 캐스팅한 게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정해인의 퍼스널 컬러가 ‘D.P.’라는 농담까지 생겼을 정도.
“융통성이 없는 얼굴이 준호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추상적인 표현일 수도 있는데 저는 확 이해가 되더라고요. ‘융통성 없는 얼굴’이라는 표현에 얼굴 말고 다른 요소들도 다 내포돼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실제 닮은 점은 없을까. 정해인은 “질문이 많은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맞닥뜨린 부조리에 순응하고 좌절하는 대신 답을 찾고자 계속해서 노력하는 인물이 바로 안준호. 그런 지점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준호처럼 납득이 되지 않는 것들이나 이해가 안 되는 것들을 마주할 때면 ‘이건 왜 그러지’라는 질문을 했던 기억이 있다. 모르는 것을 아는 척 하면서 넘어가거나 모두가 잘못 알고 있지만 그냥 용인하는 것들이 있으면 브레이크를 걸었던 기억이 있어요.”
‘D.P.’ 시즌2에서는 이전보다 한층 깊어진 이야기를 했다. 시즌1 때는 탈영한 병사들을 다시 부대로 데리고 오면서 탈영병들의 이야기를 듣는 과정이 주가 됐다면 시즌2에서는 부대 내의 시스템에 보다 포커스를 맞췄다. D.P. 한 명이 해결할 수 없는 사건들 속에서 안준호와 한호열이 겪는 어려움과 고민이 시즌2에 가득 담겨 있다.
정해인은 그래서 더 “진정성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한 마음으로 임하지 않으면 자칫 작품이 가진 메시지 자체가 가볍게 전달될 수도 있겠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시즌1에서 안준호가 갖고 있던 감정과 이야기는 꾸준히 유지하는 게 연기자로서 과제였다. 정해인은 “부담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부담이 전혀 안 됐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부담을 너무 가지면 연기에 힘이 들어가더라”며 “다 잊어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답했다.
부담과 싸우면서도 진정성을 갖고 임했던 건 그만큼 정해인이 ‘D.P.’에 큰 애정을 갖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는 “사실 ‘D.P.’를 만나기 전에 개인적인 일들과 이전 작품의 성적 등의 영향으로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며 “마음이 엉망진창이었는데 ‘D.P.’를 하게 돼 고마운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D.P.’가 고맙더라도 언제까지나 군복 입는 작품만 할 생각은 없다. 정해인은 “무슨 반발심을 가지고 멜로를 안 하는 게 아니”라며 좋은 작품을 만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느 날 돌이켜 보니 멜로를 안 한 지 꽤 됐더라고요. 멜로를 기다려주시는 팬 분들이 많은 걸 아는데 죄송한 마음이죠. 멜로를 기다리고 원하는 분들이 많기 때문에 꼭 좋은 작품으로 인사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