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지난 8일 양의지를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이미 지난 4일부터 양의지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다. 편도가 부어올라 휴식을 취했는데 이후 옆구리 통증이 생겼다. 지명 타자로 나서거나 아예 결장하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그러다 7일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한 결과 왼쪽 옆구리 근육이 1.8㎝ 정도 미세하게 찢어진 게 확인됐다.
양의지는 경기 출전을 희망하지만, 두산 구단이 2~3주 전면 휴식을 결정했다. 남은 시즌은 약 두 달. 8일 기준으로 3위와 1경기 차이인 5위(승률 0.522) 두산은 잔여 일정을 모두 치열하게 소화해야 한다. 성급하게 양의지를 복귀했다가 부상이 심해지면 그땐 아예 올 시즌 복귀가 불가능할 수 있다. 더군다나 두산은 양의지와 앞으로 최대 5년 더 동행한다.
문제는 당장의 전력 공백이다. 양의지는 공·수에서 두산의 핵심이다. 그는 8일 현재 타율 0.323 94안타 2루타 19개 9홈런 44타점 35득점, 출루율(0.425)과 장타율(0.481)을 합친 OPS는 0.906을 기록 중이다. 타율·안타·2루타·출루율·장타율·OPS는 팀 내 1위, 홈런과 득점(이상 3위) 타점(2위)도 상위권이다. 도루 저지율도 57.9%(전체 1위)에 달한다. 단일 시즌 도루저지율 역대 2위(절반 이상 포수 출전 기준)에 달하는 수치다.
수비에서는 백업 포수진이 나설 수밖에 없다. 올 시즌 양의지의 뒤를 받쳐오던 장승현과 함께 두산이 선택한 게 7년 차 포수 박유연이다. 8일 양의지 대신 콜업된 박유연은 지난해까진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자원이다. 퓨처스(2군)리그에서 2018년 타율 0.305, 2019년 타율 0.290을 기록하는 등 잠재력을 보인 시기도 있었으나, 지난 6년 동안 1군 통산 18경기 21타수 5안타에 그쳤다.
그런 박유연이 8일 경기에서는 3타수 2안타(2루타 1개) 1타점 1득점으로 활약했다. 멀티 히트도와 2루타 모두 데뷔 후 처음이다. 박유연은 경기 후 "사실 2루타를 치고 난 후 타구를 끝까지 보지 못했다. 타구가 멀리 갈 줄 몰랐다"며 "그렇게 잘 맞은 게 처음이었다. 타격 포인트를 앞에 놓고 친다고 생각했더니 그런 것 같다. 손맛이 좋았다"고 떠올리며 "이제 여기(세 번째 포수 자리)에서 떨어지지 않고, 좀 더 치고 나가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포수 마스크와 달리 양의지의 방망이는 4번 타자 김재환만이 대체할 수 있다. 김재환은 올해 타율 0.224 8홈런으로 부진하다. 장타율이 4할 아래(0.355)로 떨어진 건 2014년 이후 처음이다. 평균 타구 속도 141㎞/h(전체 7위)와 강한 타구(150㎞/h 이상) 비율 36.3%(12위) 등 파워는 여전하다. 그러나 좋은 결과로 이어지질 않는다.
소극적으로 변한 부분도 눈에 띈다. 2022년 루킹 스트라이크 비율 16.2%와 초구 스윙 비율 51%를 기록했던 게 올해는 각각 24.6%와 45.2%(이상 스탯티즈 기준)로 대폭 변화했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양의지 공백을 두고 "김재환이 자신감을 잃은 상태다. 지금 팀에 중요한 위치다. 결과를 떠나 타석에서 당당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 같다. 양의지가 있을 때는 그를 뒤로 뺐지만, 이제 대안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