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씨 두리안’이 마지막에는 웃으며 퇴장한다. 임성한 작가의 첫 판타지 멜로 드라마 TV조선 ‘아씨 두리안’은 초반에 다소 난잡한 전개로 혹평을 받았으나 본격적인 판타지 멜로가 시작되자마자 꾸준한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며 오는 13일 막을 내린다.
‘아씨 두리안’은 월식이 진행되던 날 조선시대에 살던 두 여인이 단 씨 집안의 별장으로 타임슬립 하면서 전생과 현생의 인연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설정 탓에 초반 1~2화에서는 장면 전환이 빈번하다보니 누리꾼들 사이에선 ‘정신없다’는 평이 줄을 이었다.
초반 평균 시청률도 3~4%대(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TV조선에서 최고 시청률(16.6%)을 기록한 임성한 작가의 전작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리즈에 비해 아쉬운 성적이었다. 이에 대해 제작진은 속닥하기 이르다며 “‘아씨 두리안’ 1~2화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드라마에 대한 소개라고 볼 수 있다. 본격적인 임성한 표 판타지 멜로 드라마는 3화부터 시작된다”고 전하기도 했다.
제작진의 말 대로, ‘아씨 두리안’ 시청률은 3화부터 거짓말처럼 반등하기 시작했다. 3화에서는 시공간을 초월하게 된 두리안(김주미)과 김소저(이다연)가 전생에서 애달프게 그리워 했던 단치감(김민준)과 단등명(유정후)을 만나 감격적인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그려졌다. 조성경 드라마 평론가는 “‘아씨 두리안’ 초반 1,2 화는 임성한 작가 답지 않게 극 전개가 다소 느린 편이었다. 그러나 3화부터는 본격적으로 두리안과 단치감의 묘한 러브라인 그리고 김소저와 단등명의 풋풋한 사랑 관계를 그려내면서 몰입도를 높였다”라고 분석했다.
조 평론가는 신우철 감독의 연출력도 높이 샀다. 그는 “조선시대 장면을 보여줄 때는 전통미가 느껴지는 분위기에 세피아 색감을 더해 신비로운 매력을 배가시켰다. 반면 현대로 넘어올 때는 차가운 느낌의 색감으로, 과거와 현대를 강조하고 대비시켰다”라고 말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아씨 두리안’은 방송 전부터 고부간의 사랑을 예고하면서 막장 드라마 대가 ‘임성한이 임성한 한다’는 평을 받았다. 버젓이 남편 단치강(전모민)을 둔 장세미(윤해영)가 시어머니 백도이(최명길)를 향한 사랑을 이해해달라면서 ‘나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는 장면은 캐릭터에 대한 공감보다는 불쾌함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그런데도 ‘아씨 두리안’이 시청률 상승세를 보인 이유를 많은 시청자들은 바로 ‘피식’거리는 맛 때문으로 꼽는다. ‘아씨 두리안’은 현대로 넘어온 조선시대 두 여인의 좌충우돌 적응기를 자세히 그리고 유쾌하게 그려냈다. 두리안과 김소저가 변기에 고인 물을 보고 “참 맑다”라고 감탄하며 세수하는 장면부터 사람들이 휴대전화에 대고 말을 하자 “왜 쇳덩이에 말을 하는 게냐”며 눈이 휘둥그레지는 장면은 폭소를 자아냈다.
본격적인 러브라인과 유쾌한 연출로 ‘아씨 두리안’은 3회부터 시청률 4%대에 진입하더니 지난 6일 방송에서는 7.2%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실 임성한 작가의 팬이라면 이 정도의 웃음 코드는 ‘약과’라고 할 수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신기생뎐’에서는 등장인물의 눈에서 광선이 뿜어져 나오는가 하면 ‘하늘이시여’에서는 극 중 한 명이 개그 프로그램을 보면서 웃다가 사망한다.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는 “암세포도 생명이에요”는 ‘오로라 공주’의 명대사다.
조성경 문화평론가는 “이전 작품들에 비해 ‘마라 맛’ 웃음은 없었지만, 임성한 작가의 첫 판타지 멜로인 만큼 잔잔하게 웃음 포인트를 만들어 공감대를 형성한 게 시청률 상승의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수 문화평론가도 “조선시대 두 여인이 현대에서 접한 신문물에 놀라고 적응하는 모습은 현재 기성세대와 닮은 점이 있다. 방송을 보는 평균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아 나도 저랬는데’하고 공감하는 시청자들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아씨 두리안’의 경우 4~50대를 중심으로 마니아층이 강하게 형성된 것으로 조사 됐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아씨 두리안’의 40대 시청층은 6월 4주차 34.2%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30%대 후반대를 이어가고 있으며 50대 시청층은 6월 4주 차 18.4%로 출발했으나 최근까지 30%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평균 검색률 84%가 여성일 정도로 여성 시청층이 압도적이다. ‘아씨 두리안’은 방송 이후 쿠팡플레이에서 단독 공개되는데, 쿠팡 멤버십과 연계된 쿠팡플레이 구독자가 여성이 많은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아씨 두리안’은 종영까지 단 2회만 남았다. 전생에서부터 복잡하게 엮인 두리안과 단치감, 단치정(지영산)의 삼각 러브라인 향방이 과연 어떻게 마무리될지 귀추가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