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10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수아레즈의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웨이버로 공시되면 일주일 동안 다른 팀의 영입 제안을 받을 수 있지만 수아레즈는 현재 종아리 부상 중이다. 잔여 시즌 등판이 쉽지 않아 웨이버를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 내년 시즌 복귀가 어려운 건 아니다.
부상 부위가 치유되면 겨우내 여러 구단의 러브콜을 받을 게 유력하다. 한 야구 관계자는 "수아레즈 정도면 A급이다. 나이가 다소 많긴 해도 구단들이 선호하는 구위형 투수에 이미 KBO리그에서 검증된 선수"라고 말했다. 다른 구단 관계자도 "재취업은 충분히 가능할 거 같다"고 전망했다. 삼성은 웨이버 절차를 밟으면서 수아레즈의 보류권을 포기했다. '자유의 몸'이 된 수아레즈는 KBO리그 어느 구단과도 협상할 수 있다.
수아레즈는 지난해 6승 8패 평균자책점 2.49를 기록했다.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승수 쌓기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세부 지표가 수준급이었다. 평균자책점은 리그 4위,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는 19회로 리그 공동 7위였다. KBO리그 2년 차인 올 시즌 성적은 4승 7패 평균자책점 3.92. 지난해만큼의 위력은 아니었지만, 데이비드 뷰캐넌과 함께 '원투 펀치'로 로테이션을 이끌었다. 최하위로 추락한 삼성의 버팀목 중 하나였다.
부상이 아쉽긴 해도 잔여 정규시즌 일정(9일 기준 47경기)을 고려하면 쉽게 포기할 선수가 아니라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삼성은 9일 기준 40승 1무 56패로 리그 최하위. 포스트시즌(PS) 진출 마지노선인 5위 두산 베어스(48승 1무 45패)와의 승차가 9.5경기까지 벌어져 있다.
수아레즈 대체 외국인 투수는 테일러 와이드너(29)다. 와이드너는 지난 4일 NC 다이노스에서 방출된 뒤 웨이버 공시 절차를 밟았다. 시즌 성적은 4승 2패 평균자책점 4.52. 흔히 퀵 모션이라고 부르는 슬라이드 스텝(slide step)에 약점이 있어 가을야구 활용이 쉽지 않았다. 고심 끝에 NC는 왼손 투수 태너 털리를 영입했다. 삼성은 애초부터 와이드너 영입에 전력을 다했다. 밖으로는 수아레즈의 몸 상태를 살핀다고 했지만, 물밑에선 방출 직후부터 와이드너에 러브콜을 보냈다. 애초 다른 리그에서 뛸 생각이던 와이드너가 생각을 바꿔 줄곧 창원에 머문 것도 이 이유다.
홍준학 삼성 단장은 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KBO 단장 워크숍에 불참했다. 이를 두고 단장들 사이에선 삼성이 내부 감사를 받는다는 얘기가 퍼졌다. 더 나아가 내부 감사는 '지금의 성적(10위)이 유지되면 구단 임원이 물갈이된다'라는 이야기로 확산했다. 꼴찌로 추락한 팀 성적 때문에 발등이 불이 떨어진 셈이다. 트레이드 마감일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꼴찌 삼성은 와이드너 영입을 두고 "잔여 시즌을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기조"라고 설명했다. KBO 규약에 따라 와이드너는 삼성이 PS에 진출하더라도 가을야구를 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