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롯데 자이언츠에서 가장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는 타자는 이정훈이다. 지난겨울 방출생이었던 그는 롯데에 새롭게 둥지를 틀고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정훈은 올 시즌 16경기에서 타율 0.462(39타수 8안타)를 기록 중이다. OPS(출루율+장타율)는 1.133으로 높다. 지난달 중순 1군 엔트리에 처음 등록돼 표본이 적지만, 중심타선에 배치될 정도로 타격감을 인정받고 있다.
최근 알토란 활약이 두드러진다. 롯데가 KBO리그 역대 팀 노히트노런을 달성한 지난 6일 사직 SSG 랜더스전, 이정훈은 8회 대타로 나와 선두타자 안타로 출루했다. 이어 대주자 안권수로 교체됐다. 롯데는 1사 2루에서 윤동희의 2루타에 힙이어 1-0으로 이겼다. 이정훈의 안타가 대기록과 짜릿한 1-0 승리의 디딤돌을 놓은 셈이다.
이정훈은 8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1-1 맞선 9회 1사 1루서 안타로 1, 3루 찬스를 연결했다. 롯데는 후속 타자 안치홍의 결승타를 포함해 2점을 추가해 3-1로 이겼다. 10일 경기에선 4타수 3안타 2볼넷으로 5출루에 성공, 팀의 12-8 승리를 이끌었다.
이런 활약에도 이정훈의 얼굴에선 환하게 웃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안타를 치고 나간 후에도 가벼운 미소조차 띄지도 않는다.
이정훈에게 직접 물었다. 그는 "안타를 치고 나가면 솔직히 기쁘다"고 했다. 그러나 "원래 말수가 적은 편"이라면서 "안타 하나에 좋아하고 싶진 않다"라고 덧붙였다.
자신의 야구 인생과도 연관되어 있다. 이정훈은 경희대를 졸업하고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KIA 타이거즈의 마지막 10라운드 총 94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당시 그의 포지션은 포수였다. 타격 기량을 인정받아 2021년 4번 타자로 총 102타석에 들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수비력이 받쳐주지 않아 확실한 주전으로 거듭나지 못했다. 한때 1루수로 전향하기도 한 그는 지난 시즌을 끝으로 KIA에서 방출됐다.
이정훈은 롯데 이적 후 외야수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다. 아직 확실한 주전은 아니다. 타격과 수비에서 확실한 믿음을 얻어야 출전 기회를 늘려갈 수 있다. 최근까지 좌투수가 선발 등판하는 날엔 라인업에서 빠져, 대타 출장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은 안타 하나에 환한 웃음으로 기쁨을 표출하지 못하는 이유다. 그는 "타석에서 적극적인 스윙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외야수로 본격적으로 전향한 지 4개월여밖에 되지 않았다. 더 열심히 연습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정훈은 마지막으로 "새로운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롯데에서 끝까지 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