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은 지난 10일 하이브와 합작회사인 빌리프랩 보유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 빌리프랩과 더불어 소속 아티스트인 엔하이픈까지 모두 하이브에 넘긴 셈이다. 이번 지분 매각은 하이브 측 제안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CJ ENM이 그간 빌리프랩의 경영권을 갖고 있었지만 하이브가 운영 및 제작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회사를 보다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하이브가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방향으로 지배구조를 정리하기로 했다.
CJ ENM은 그간 대형 종합엔터사답게 치열한 고민들을 꾸준히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빌리프랩 매각가만 1471억 원이다. 이는 CJ ENM 향후 사업에도 도움될 수 있는 자본금임은 충분하다. 관계자는 이번 빌리프랩 매각은 CJ ENM 내부 재무적 상황에 따른 결정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이브와 CJ ENM간 빌리프랩 지분 인수 건은 오래전부터 논의된 사안이며 현 시점에 매각이 최종 결정된 것 뿐 어려운 재정 상황에 따른 판단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빌리프랩을 떠나 보낸 CJ ENM은 온전히 자사 IP의 음악 사업 확장을 위해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CJ ENM 관계자는 “당사는 휴먼 IP(지식재산권)를 키워야겠다는 계획을 이전부터 갖고 있었다. 현 4세대 아이돌들을 보면 대부분 CJ ENM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들이 많지 않나”면서 “과거 ‘슈퍼스타K’부터 ‘프로듀스’ 시리즈까지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하는 데에는 특화돼 있지만 이를 (회사) 내제화시키는 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휴먼 IP 육성에 대한 갈증이 컸다. 새 아티스트 발굴로 끝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갖고 있는 리소스들로 아티스트 육성 역량에 집중하기로 했다”며 “‘케이콘’ 등 아티스트를 키워낼 수 있는 음악적 플랫폼들은 몇년 전부터 갖춰지고 있었다. 특히 CJ ENM 산하 레이블 ‘웨이크원’이라는 엔터사를 중심으로 CJ ENM만의 아티스트를 육성하는 등 음악 사업을 키워낼 수 있는 시기가 왔다고 판단됐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 안유진, 르세라핌 김채원, 사쿠라 등 여러 4세대 아이돌 멤버들이 엠넷 ‘프로듀스’ 시리즈 출신이다. 이들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도를 쌓았고 프로젝트 기간이 끝난 뒤 각자의 소속사로 돌아가 영향력을 발휘 중이다.
CJ ENM로서는 육성을 끝으로 아티스트를 활용한 그 이상의 콘텐츠나 사업을 장기적으로 진행시키기엔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CJ ENM 관계자는 “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는 프로젝트 그룹이 갖고 있는 한계에 대해 계속 고민했고, 휴먼 IP 역량을 키우기 위해 내부적으로 고민 중이다. 현재는 음악 사업의 형태와 형식들을 조금씩 진화시켜나가는 단계”라며 “향후 탄생될 프로젝트 그룹들 경우 계약 종료 이후에도 또 다른 모멘텀이 있을거라 기대한다”라고 내다봤다.
현재 웨이크원에는 그룹 제로베이스원, 케플러 등 CJ ENM의 IP 아티스트들로 소속돼 있다. 향후 확정된 CJ ENM 오디션 프로그램으로는 오는 10월 방송 예정인 ‘프로듀스 101 재팬’이 있다. 일본 프로듀스 시즌 최초로 걸그룹을 뽑는 프로그램이다. 또 내년 상반기 론칭 목표인 엠넷 ‘아이랜드2’도 준비돼 있다. ‘아이랜드2’는 글로벌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다. ‘아이랜드2’에는 웨이크원 소속 연습생들이 출연해 프로젝트 종료 이후에도 CJ ENM IP로 아티스트 활동을 이어가게 된다. 이렇듯 CJ ENM은 음악 사업을 이전과 달리 아티스트 발굴, 육성 및 추후 활동까지 모두 책임지며 ‘웨이크원’을 더 크고 전문적인 가요 레이블로 성장시키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