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을 떠나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해리 케인이 독일 분데스리가 데뷔전에서 1골·1도움의 맹활약을 펼쳤다. 독일 분데스리가 역대 5번째로 빠른 데뷔 최단 시간 어시스트에 이어 데뷔전 데뷔골까지 터뜨리며 상쾌하게 새 도전의 서막을 올렸다.
케인은 19일(한국시간) 독일 브레멘의 베저슈타디온에서 열린 베르더 브레멘과의 2023~24 분데스리가 1라운드 개막전에 선발 출전, 멀티 공격 포인트 기록하며 팀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리그 데뷔전 결승골을 어시스트한데 이어 직접 두 번째 골까지 터뜨리는 맹활약이었다.
4-2-3-1 전형의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나선 케인은 전반 4분 만에 첫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시작은 김민재의 헤더 클리어링이었다. 김민재가 걷어낸 공이 자말 무시알라에게 연결됐다. 무시알라의 패스는 르로이 사네와 케인에게 잇따라 연결됐다. 케인은 사네의 패스를 받아 논스톱으로 전방을 향해 건넸다. 사네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뒤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독일 빌트에 따르면 케인의 어시스트 기록은 킥오프 휘슬이 울린 지 195초 만에 나왔다. 이는 독일 분데스리가 역사상 데뷔전에서 다섯 번째로 빠른 어시스트 기록이다. 경기 초반부터 존재감을 뽐낸 케인은 이후에도 최전방을 넘나들며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양발을 활용해 전반에만 세 차례 상대 골문을 위협하며 직접 골도 노렸다.
기다리던 골은 후반 29분에 나왔다. 역습 상황에서 문전으로 파고든 그는 알폰소 데이비스의 땅볼 패스를 받아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찬 슈팅이 그대로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상대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골이었다. 이 골로 케인은 리그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기록했다. 프로 데뷔 이후 처음이다.
빌트는 이를 두고 “케인은 스스로 포효하며 자신의 저주를 풀었다”고 소개했다. 프로 데뷔 후 케인이 리그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넣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케인은 앞서 레이튼 오리엔트, 밀월, 토트넘, 노리치 시티, 레스터 시티에서 모두 데뷔전 데뷔골을 터뜨리진 못했다. 토트넘을 제외하고 나머지 4개 팀은 모두 임대 신분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의 마지막 퍼즐을 제대로 채웠음을 보여주는 활약이었다. 새로운 리그에서 적응기가 필요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도 털어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좋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고, 정말 대단한 활약이었다. 시작하자마자 어시스트를 기록하더니 골까지 넣었다. 앞으로도 이런 활약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웃어 보였다.
케인은 “새로운 환경과 새로운 팀에 적응하느라 긴장을 많이 했던 게 사실이었다. 그래도 경기장에 들어서자마자 본능이 지배했다”며 “초반 득점 이후 어려운 경기를 치렀지만 직접 두 번째 골을 넣게 돼 기뻤다. 이후 교체 선수들이 잘해줬다. 좋은 결과를 얻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케인의 이같은 활약에 독일 빌트는 1~5점으로 매기는 평점에서 최고 평점인 1점을 줬다. 독일 매체 평점은 숫자가 적을수록 좋은 평가다. 멀티골을 넣은 사네와 더불어 팀 내 최고 평점을 기록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데뷔전에서 기록한 평점이다. 소파스코어에서도 평점 8.9점으로 최고점을 받았다. 폿몹, 후스코어드닷컴에선 데이비스, 사네에 이어 팀 3위였다.
바이에른 뮌헨은 케인의 1골·1도움 맹활약에 사네의 멀티골, 마티스 텔의 쐐기골 등을 더해 베르더 브레멘을 4-0으로 대파하고 리그 개막전 대승을 거뒀다. 왼쪽 측면 수비수인 데이비스도 2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베테랑 토마스 뮐러도 1도움으로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엿새 전 라이프치히와의 DFL 슈퍼컵에서 0-3으로 져 구겨졌던 자존심도 이날 단번에 회복했다.
김민재도 분데스리가 개막전에서 선발로 출전해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수비 지역에선 아직은 몸이 100%는 아닌 데다 분데스리가 특유의 피지컬에 다소 고전하는 모습도 있었다. 지상볼 경합에선 세 차례 상황 모두 밀렸고, 공중볼 경합에서도 세 차례 가운데 한 번만 이겼다. 대신 두 개의 클리어링을 기록하며 후방에서 힘을 보탰다.
대신 패스 등 공격 지원에서 존재감을 보여줬다. 패스 성공률은 94.4%에 달했고, 네 차례 시도한 롱패스는 100% 정확하게 연결됐다. 센터백인데도 슈팅으로 이어진 키패스는 두 차례나 됐다. 코너킥 상황에선 헤더로 데뷔전 데뷔골을 노렸지만 골키퍼 정면으로 향해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 22분 그는 마테이스 더리흐트와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빌트 평점은 2점, 케인·사네에 이어 팀 내 3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