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의 ‘작은 거인’이 있다면 김지찬(22·삼성 라이온즈)이 먼저 떠오른다. KBO리그 최단신(1m63㎝)인 그는 2020년 데뷔해 곧바로 주전 자리를 꿰차며 ‘작은 거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원조 최단신’은 김지찬보다 먼저 데뷔한 김성윤(24)이다. 김지찬과 키가 같은 그는 2017년 삼성 유니폼을 입으며 김선빈(KIA 타이거즈·1m65㎝)이 보유한 최단신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러나 김지찬 같은 칭호는 얻지 못했다. 주로 대주자와 대수비 요원으로 나서느라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올 시즌은 다르다. 김성윤은 후반기 24경기에서 4할 타율(0.425·19일 기준)을 기록할 만큼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구자욱(삼성·0.443) 다음으로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이다. 홈런도 2방이나 때려냈다. 기록으로 측정할 수 없는 작전 수행 능력도 일품이다. 희생 번트와 허를 찌르는 기습 번트 능력도 탁월하다. 발도 빨라 쉽게 죽지 않는다. 공·수·주에서 모두 빛나는 ‘5툴 플레이어’로 거듭나고 있는 김성윤이다.
김성윤의 활약을 지켜보는 박진만 삼성 감독도 “우리 팀의 ‘감초’ 같은 존재”라며 거듭 칭찬했다. 박 감독은 “워낙 콘택트가 뛰어난 선수인데 힘까지 좋아서 활용도가 높다. 최근엔 상황에 맞는 타격까지 하고 있을 만큼 한 단계 더 성장했다. 김성윤이 상위 타선에서 출루를 많이 해준 덕에 득점 기회가 많아진다”라며 흐뭇해했다. 박 감독은 작전 수행 능력이 좋은 그를 2번 타순에 배치해 효과를 보고 있다.
대주자 요원에서 주전까지. 겉으로는 단번에 주전으로 도약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뒤엔 피나는 노력이 숨어 있었다. 신인 때 김성윤은 젓가락도 제대로 못 쥘 정도로 하루 종일 번트 연습만 했고, 발만 빠르다는 편견을 지우기 위해 근력을 키웠다. 지금은 스쿼트로 몸무게(62㎏)의 세 배가 넘는 188㎏를 드는 파워를 만들었다. 구단 트레이너들이 그만하라고 만류할 정도로 김성윤은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그 결과 정확한 콘택트에 장타까지 갖춘 활용도 높은 선수로 거듭났다.
여기에 그는 경험과 노련미를 더했다. 예전엔 힘만 믿고 큰 궤적의 스윙만 했다면, 지금은 정확한 콘택트와 타구 속도에 신경을 쓰고 있다. 발도 빠르니 어떻게든 인플레이 타구만 만들어 낸다면 충분히 출루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자신감이 생기자 야구가 즐거워졌고, 자연스레 성적도 좋아졌다. 김성윤이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이유다.
요즘 야구가 정말 재밌어졌다는 그는 욕심이 없다. 김성윤은 그저 “앞으로도 야구를 계속 즐기면서 야구장에 잘 녹아들고 싶다”라면서 “이 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덤덤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