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극장가 텐트폴 네 편 중 ‘밀수’와 ‘콘크리트 유토피아’만이 살아남았다. 오는 9월 말 추석을 겨냥한 대작들이 막바지 준비 중인 사이, 현실 밀착형 영화가 그 공백을 채운다. 모두 스릴러 장르다. 현실적인 소재와 공감을 강점으로 내세워 추석 대작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몽유병 다룬 ‘잠’
오는 9월 6일 ‘봉준호 키드’ 유재선 감독이 데뷔작 ‘잠’을 선보인다. 몽유병을 소재로 한 ‘잠’은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과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 연출부 출신인 유재선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으로, 지난 5월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잠’은 공포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몽유병을 소재로 한다. 몽유병이란 수면 도중 돌아다니는 등의 행동을 하다가 일어난 뒤 자신이 했던 행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증상을 말한다. 이선균이 연기한 현수는 한밤 중 갑자기 일어나 혼잣말을 하고 냉장고 문을 열어 날생선과 날고기를 우걱우걱 씹어먹는다. 평소엔 다정한 남편이지만 잠드는 순간 돌변하고, 일어나면 기억하지 못하는 몽유병의 증상이 작품에 잘 녹아들었다.
특히 몽유병에서 시작된 이야기지만, 점점 오컬트 스릴러로 변한다는 점이 ‘잠’의 특징이다. 여기에 ‘잠’으로 4번째 연기 호흡을 맞추는 이선균, 정유미의 연기가 더해져 몰입도를 높인다. 기존 작품에서 본 적 없는 새로운 모습을 선보일 예정이다.
◇ 중고거래로 ‘타겟’ 되다
박희곤 감독의 ‘타겟’은 중고거래를 소재로 한 영화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타겟’은 중고거래로 범죄의 표적이 된 수현(신헤선)의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서스펜스를 담는다.
‘타겟’은 누구나 상상 가능한 공포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우리에게 익숙한 일상이 된 중고거래라는 현실적 소재에 영화적 상상력이 더해져 신선함을 더했다. 아이디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구매하고 판매할 수 있는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사기를 당하고, 나아가 범죄의 표적이 된다는 설정은 보는 내내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하다.
박희곤 감독은 ‘타겟’을 만들게 된 이유로 “2020년에 중고거래를 다룬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이야기가 시나리오의 시작이었다”며 “실제 피해사례와 경찰과 피해자와의 관계를 엮으며 시나리오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타겟’은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과 몰입감을 높이며 관객들에게 더 큰 공포를 선사한다.
두 작품이 특별한 이유는 현실적 소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스릴러를 더했다는 점이다. ‘잠’은 오컬트 스릴러를, ‘타겟’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해 현실감을 더했다. 익숙한 소재에 배우들의 열연이 만나 극의 몰입을 높인다. 봉준호 감독은 ‘잠’에 대해 “최근 10년간 본 영화 중 가장 유니크한 공포 영화”라고 극찬했고, 황영미 평론가는 “인간이 공포를 느끼거나, 해결 방법이 없을 때의 심리를 잘 그려냈다”고 평가했다.
‘잠’, ‘타겟’ 이외에도 스릴러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먼저 데니안 주연의 ‘차박- 살인과 낭만의 밤’은 오는 9월 13일 개봉을 확정했다. 평온한 일상, 사랑하는 아내, 모든 것이 완벽했던 한 남자가 결혼기념일을 맞아 떠난 차박 여행에서 낯선 인기척과 함께 순식간에 악몽 같은 사건에 휘말리는 스릴러 영화다.
윤균상 주연의 ‘치악산’도 같은 날 개봉한다. 1980년, 열여덟 토막이 난 의문의 사체가 발견된 치악산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그린 익스트림 마운틴 호러로 충격적인 스토리를 예고하고 있다. 사이비 종교 단체의 이야기를 다룬 ‘신체모음.zip’은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영리한 구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작품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