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보이즈로 데뷔 예정이었던 유준원의 제명에 가요계가 뜨겁다. 유준원 사태는 오디션 프로그램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 이후 진행 과정에 따라 향후 오디션 프로그램들에 중대 전환점이 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소속사 포켓돌스튜디오는 MBC ‘소년판타지 - 방과후 설렘 시즌2’(‘소년판타지’)를 통해 데뷔조에 선정된 유준원의 무단이탈로 그룹 활동을 함께할 수 없게 됐다고 지난 23일 밝혔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센터가 제명된 것은 처음인데다, 유준원의 판타지 보이즈 합류 불발이 수익 정산에서 비롯된 것이 드러나면서 더욱 충격을 줬다.
◇1위 했으니 더 달라는 정산 요구..K팝 오디션 사상 처음
포켓돌스튜디오 측은 유준원의 부모가 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다는 명목하에 수익 분배 요율 상향 조정을 요구했으며 아들을 무단이탈 시킴과 동시에 최종적으로는 팀에 합류하지 못한다는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이에 유준원 측은 “포켓돌스튜디오 측이 계약서상 불합리한 계약조항을 강요하고 동의하지 않을 시에는 나가도 된다는 통보를 했다. 신뢰가 깨져 함께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지만, 수익 배분을 놓고 갈등이 있었던 건 모두 인정했다.
보통 아이돌 그룹은 데뷔 이후 일정기간 동안 수익을 균등하게 배분한다. 활동하며 특정 멤버가 인기를 얻어 개인 활동을 하더라도 그룹 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은 같이 나눈다. 이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하는 아이돌도 마찬가지다. 1위를 차지했다고 다른 멤버보다 정산을 더 해달라는 요구를 하고 그게 공개된 건 유준원이 처음이다. 더욱이 유준원 측에서 1등 특혜를 요구했다는 사실이 다른 멤버들에게도 전해졌다는 건 그야말로 민폐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정식 데뷔도 하기 전, 정산부터 문제를 삼았다는 점에서 대중의 반감이 크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데뷔한 만큼, 유준원을 지지해준 팬들로선 그의 활동을 보지 못하게 됐을 뿐더러 그가 정산 갈등으로 결국 제명되면서 다른 사람에게 돌아갔을 수 있는 기회도 사라진 탓이다.
◇12분의 1인 고정비용은 과했나
유준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일방적으로 고액의 고정비를 감수하도록 요청하는 등 불리한 조항들로 계약체결 요청을 한 부분 및 부당한 조항을 정정해달라는 과정에서 포켓돌스튜디오 측의 태도 등에 신뢰를 잃게 돼 결국 계약 진행을 하지 않기로 했다”며 부속합의서를 공개했다. 공개된 부속합의서에는 연예 활동과 관련해 필수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항목 7가지 등에 대한 비용을 12인의 결승진출자들에게 각 1/12씩 공제하는 조항이 담겼다.
아이돌 선발 오디션, 기성 아이돌 재데뷔 오디션, 트롯 오디션 등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있었지만 최종 선발자 및 1위의 계약서 일부가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기에 고정비용 공제 조항이 대중에게 공개된 것도 처음이다.
매니저 인건비, 차량 운영비 등 고정비용은 계약에 따라 소속사에서 부담하는 경우도 있고, 연예인이 부담하는 경우도 있고, 소속사와 연예인이 비율에 따라 나눠서 부담하는 경우도 있다. 각각의 경우에 따라 연예인과 소속사의 수익 정산 비율도 달라진다. 또한 이 비용을 선공제 하느냐, 후공제 하느냐도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에는 뮤직비디오 제작 비용도 나누는 추세인데, 대기업일 수록 이 비용을 소속사가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회사 부담 비율이 큰 대형 기획사일수록 소속 아이돌에 대한 입김도 강하다.
통상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발탁된 아이돌 그룹이나 트롯 가수들은 고정비용을 선공제한다. 연습생부터 교육 비용이 투입되는 여느 아이돌, 가수와 달리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하는 이들은 투입 비용이 다르고 전속 기간도 다를 뿐더러 기존 소속사가 있는 경우는 분배 기준이 또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고정비용은 수익이 발생하면 공제를 한 뒤 정산을 하고,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소속사가 부담한다.
유준원이 공개한 부속자료에는 매월 고정비용 5200만원을 1/12분로 부담한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포켓돌스튜디오 측은 “해당 금액의 절반을 회사가 부담하고 절반 또한 판타지 보이즈의 연예 활동으로 인한 전체 매출에서 멤버별로 1/12씩 우선 공제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즉 5200만원의 절반인 2600만원을 12로 나눈 200만원 가량을 수익이 발생할 경우 공제한다는 뜻이다.
이 같은 고정비용 공제 방식은 여느 오디션 프로그램 선발자들과 큰 차이가 없을 뿐더러, 이후 포켓돌스튜디오에서 추가로 밝힌 유준원에게 13가지 요구사항을 들어준다는 계약 내용까지 더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고정비용과 정산 방식, 추가 요구 사항까지 공개되면서 이후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데뷔조에게도 선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디션 프로로 데뷔해도 같이 활동 안해도 된다?
유준원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태연 측은 “유준원이 포켓돌스튜디오를 상대로 전속계약효력정지가처분 소송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정식 데뷔도 전에 소속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오디션 프로그램 사상 처음이다. 통상적으로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는 데뷔하게 되면 특정 회사에 소속돼 몇 년간 활동을 한다는 계약을 체결한다. 이 계약에 따라 원 소속사가 있을 경우 수익 배분 비율도 정리한다.
유준원 측은 바로 이 계약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태연 관계자는 유준원이 ‘소년판타지’를 출연할 때 맺은 계약은 5년간 활동에 대한 내용만 담겨 있었을 뿐 세부 사항은 추후 합의한다고 돼 있었다며 이 부분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주장을 바탕으로 소송을 제기한 만큼,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 출연자들에게도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자칫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은 뒤 다른 이들과 같이 데뷔를 하지 않고 솔로로 활동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유준원과 포켓돌스튜디오 측은 SNS와 보도자료를 통해 각자의 입장들을 공개하며 강경 대응을 하고 있다. 초유의 사태를 벌이고 있는 유준원 사태가 어떻게 정리될지, 분명한 건 데뷔라는 꿈을 안고 도전한 많은 사람들과 이제 데뷔를 앞둔 판타지 보이즈, 그리고 그들을 응원한 많은 팬들에게는 큰 민폐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