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선균이 본 영화 ‘잠’은 담백한 작품이다. 시나리오 때부터 그랬고 작업 과정과 결과물도 마찬가지다.
이선균은 ‘잠’ 개봉을 앞두고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잠’을 일컬어 “군더더기 없는 장르물”이라 이야기했다.
“그동안 여러 작품을 했지만, 이런 연기는 잘 안 해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관심이 갔죠. 게다가 정유미가 출연한다고 하니 망설일 이유가 없겠더라고요. 시나리오 속 수진을 유미가 너무 잘할 것 같았고, 또 이전에 유미랑 몇 번 호흡을 맞췄던 경험도 좋았고 해서요.”
‘잠’은 행복하게 지내던 신혼부부의 삶에 어느 날 괴기스러운 일이 일어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남편 현수가 어느 날부터 수면 중 이상행동을 보이기 시작하고, 점차 과격해지는 현수의 행동 탓에 아내 수진은 잠을 이루지 못 한다. 이선균과 정유미는 각각 현수, 수진 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시나리오 속 설정이 ‘신혼부부’라는 점이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 외에 정유미와 호흡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만족 그 자체였다는 이선균. 극에서 현수는 무명배우로 나오는데, 그 역시 자신의 과거를 떠올리게 해 재미있었다고 한다. 영화에는 현수가 자신이 아주 잠깐 등장하는 드라마를 수진과 같이 보는 장면이 나온다. 이선균은 “공감이 많은 되는 장면이었다. 옛날 생각이 나니까 리액션이 더 나오더라”고 말했다.
‘잠’에서 보다 진폭이 큰 인물은 수진이다. 수면 중 이상행동을 한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꽤 잘자는 듯한 현수는 무던한 인물이다. 영화는 1, 2, 3부로 나뉘어 있는데, 이에 따른 현수의 변화는 수진보다 그리 크지 않다.
이선균은 “분명히 현수도 수진에게 미안한 마음을 느꼈을 것”이라며 “시나리오에는 그런 변화가 크게 나타나 있진 않았다. 아마도 미안한 마음을 큰 변화 없이 표현하기를 감독님이 바란 게 아닐까 싶어 그렇게 연기를 해봤다”고 설명했다.
그런 현수가 확 변하는 장면이 있다. 이상행동의 일환으로 냉장고에서 날고기와 날생선을 꺼내 먹는 장면이다. 소품용으로 만들어진 음식일 거라는 생각과 달리 실제 날고기, 날생선이었다는 설명. 이선균은 “날생선이 조금 걱정됐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고 말했다.
“어릴 때 영화 ‘고래사냥’ 2탄을 봤는데, 거기서 생닭을 뜯는 장면이 나와요. 그때 생각이 나고 그래서 날고기는 긍정적으로 접근을 했어요. 다만 날생선이 조금 걱정이었죠. 그런데 제작진이 생선을 미리 후추, 식초 등에 절여줬더라고요. 자신들이 먼저 먹어 보고 주기에 마음 편히 먹었어요. 배탈만 안 났으면 하는 바람이었는데, 실제 배탈 없이 잘 지나갔고요.”
‘잠’으로 지난 5월 칸영화제 초청을 받아 다녀온 이선균. ‘잠’과 ‘사일런스’ 두 편으로 칸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그는 ‘이런 기회가 또 언제 오겠느냐’는 생각에 가족들과 함께 칸을 찾았다. 이선균은 이 때의 일을 떠올리며 “애들이 ‘잠’을 보고 화를 냈다. 큰애는 ‘왜 이런 영화인지 말을 안 해줬느냐’면서 울기까지 하더라”고 귀띔했다. 그만큼 ‘잠’이 장르적인 재미를 충실히 구현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선균은 “‘잠’은 어떤 한 장르라고 규정짓기 어려운 복합 장르물”이라면서 “크게 놀래키거나 자극적인 장면 없이 장르적 재미를 주는 영화다. 뛰어난 신인 연출가의 탄생을 함께 봐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