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연애 프로그램은 결과를 봤다면, ‘하트시그널’은 과정을 보는 프로그램이에요. ‘하트시그널’ 출연자들이 어떻게 사랑하고 있는지 보고 배우는 거죠. 출연자들에 따라 ‘하트시그널’도 계속 변화하고 있어요.”
2017년 시즌1을 시작한 채널A ‘하트시그널’이 어느덧 시즌4까지 방송을 마쳤다. ‘하트시그널’은 시그널 하우스에서 펼쳐지는 청춘 남녀들의 연애를 관찰하고 분석하며 최종 커플을 추리하는 프로그램. 관심 있는 이성을 차지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는 ‘매운맛’ 연애 프로그램이 아닌, 천천히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심장의 신호’에 집중하며 연애 프로그램의 원조라는 수식어를 얻었다.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채널A에서 ‘하트시그널’ 시즌1부터 연출에 참여한 박철환 PD와 인터뷰를 가졌다. 박 PD는 “후련하면서도 시원섭섭하다”며 최근 종영한 ‘하트시그널4’ 종영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 에필로그를 마무리해서 넘겼는데, 너무 아쉽더라고요. 저희가 한 달을 열심히 찍고 그 감정을 기록하는데, 이 프로그램이 끝나면 이 촬영본을 다시는 못 쓰니까요. ‘충분히 다 살렸나?’라는 고민도 있고 많이 섭섭했어요.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까요.”
1회 시청률 0.5%(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시작한 ‘하트시그널4’는 점점 시청률이 상승하더니 최종회(15회)에서 2.3%를 기록했다. 여기에 굿데이터코퍼레이션 기준 비드라마 부문 화제성 10주 연속 1위, 유튜브 클립 조회수 수십만 회를 기록하며 큰 성과를 거뒀다. 박 PD는 시즌4 출연진들은 MBTI의 ‘E’ 성향이 강했다며 이번 시즌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시그널하우스의 룰이 바로 ‘고백하지 말라’는 건데, ‘좋아한다’는 말만 빼고 다 했던 것 같아요. 대화가 끊기지 않더라고요.(웃음) 또 모든 분들이 자기 마음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면서도, 돌아오는 피드백도 잘 받아들였어요. 나와 타인의 마음 간격에 대해 건강하게 접근하는 세대가 온 것 같다고 느꼈죠.”
‘하트시그널4’에서는 신민규·유이수, 한겨레·김지영까지 총 두 커플이 탄생했다. 이번 시즌 최고 인기 여성 출연자였던 김지영은 신민규와 한겨레 사이에서 흔들리다 결국 한겨레를 선택했다. 줄곧 김지영을 짝사랑해왔던 한겨레의 진심이 통한 것이다. 하지만 화제의 인물인 만큼 김지영의 분량이 많아지며 ‘어장관리’라는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PD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고 직접 해명했다.
“지영 씨의 분량이기도 하지만 그 과정이 모두 출연자 개개인의 서사와 연결돼 있었어요. 그 서사를 모두 살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지영 씨 분량이 돼버리는 결과를 낳은 것 같아요. 출연자들이 끝까지 마음을 바꾸지 않았고, 그들의 마음과 시선을 따라갔어요. 그래서 지영 씨의 이야기가 많아진 거라고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하트시그널’에는 늘 연예인 못지 않은 외모와 스펙의 소유자들이 등장한다. 방송 후 출연자 SNS 팔로어가 급증하거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연이어 언급되는 등 팬층까지 형성될 정도다. 박 PD는 이렇듯 매력적인 출연자만 섭외하는 노하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방송에 나와 ‘무언가를 보여줘야한다’는 의지가 없는 참가자여야 한다”며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가장 큰 기준은 도시에 살고 있는 청춘남녀예요. 제작진이 6주간 총 3번에 걸쳐 출연자 인터뷰를 진행해요. 예쁘고 잘생기면서 편안해야 하고, 얼마나 방송에 진정성이 있는지를 보죠. 연애에 대해 가장 많이 물어보고, 직업관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눠요.”
‘하트시그널’은 시즌1 때부터 화제성을 선점하며 채널A 대표 예능으로 떠올랐다. 이후 다른 방송사에서도 ‘하트시그널’과 견줄 만큼 막강한 연애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 박 PD는 “다른 연애 프로그램도 몰입해서 봤다”고 밝혔다.
“다른 연애 프로들과 차별화를 위해 ‘하트시그널’은 ‘덜어내자’는 결론을 내린 것 같아요. 시청자들이 옛날의 원조 맛집을 잊지 않고 찾아주셔서 감사하죠. 예전만큼 시청률이 안 나오긴 했지만 여러 OTT에서 시청하고, 화제성도 높았으니까 즐겨주신 거에 감사할 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