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원, 여자, 엄마까지 다양한 모습이 녹아있는 미현은 배우로서 욕심이 나는 캐릭터였어요.”
‘청순의 아이콘’에서 엄마로. 한효주가 한층 더 무르익은 연기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한효주는 디즈니+ 시리즈 ‘무빙’에서 최연소 엘리트 요원의 모습부터 한 아이의 엄마가 된 모습까지 이미현 그 자체로 분해 호평을 받고 있다.
‘무빙’은 초능력을 숨긴 채 현재를 살아가는 아이들과 아픈 비밀을 감춘 채 과거를 살아온 부모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먼 액션 시리즈. 8월 3주 차에 이어 4주 차까지 키노라이츠 통합 콘텐츠 1위를 달성하며 화제성을 입증했다. 미국 OTT 훌루에서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중 공개 첫 주 시청 시간 기준 가장 많이 시청한 작품에 등극했으며, 디즈니+ 아태지역에서도 공개 첫 주 최다 시청 시리즈에 올라 글로벌 인기를 실감케 했다.
‘무빙’의 인기 요인 중 하나로 배우들의 호연이 꼽힌다. 웹툰 원작의 강풀 작가가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지만, 웹툰을 찢고 나온 듯한 배우들의 비주얼과 연기가 단연 주목받고 있다. 특히 생애 두 번째로 엄마 역할에 도전한 한효주에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
한효주가 연기한 이미현은 시각, 청각, 미각 등 모든 감각이 남들보다 뛰어난 초능력을 가진 안기부 최연소 엘리트 요원. 이미현은 안기부의 수장 민 차장으로부터 김두식(조인성)에게 접근하라는 명령을 받고, 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다가 사랑에 빠져버린다. 하지만 김두식은 일련의 사건으로 자취를 감춰버리고, 이미현은 돈까스 가게를 운영하며 아들 김봉석(이정하)을 홀로 키운다.
한효주의 연기 내공은 ‘무빙’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오감 능력과 비행 능력을 물려받은 아들 봉석이 자신의 초능력을 드러내고 싶어 하자 “너도 네 아빠처럼 되고 싶어서 그래?”라고 울부짖는 장면은 명장면으로 꼽힌다. 또한 봉석이 가게에 친구 희수(고윤정)를 데려왔을 때는 자식이 친구를 처음 데려왔을 때의 설렘과 궁금증을 눈빛과 몸짓으로 표현해낸다. 그가 20년간 쌓아 올린 연기 내공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청자들 역시 “한효주가 연기를 이렇게 잘했나?”, “한효주의 재발견”, “한효주인지 몰랐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무빙’ 원작자이자 극본도 직접 쓴 강풀은 최근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런 한효주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그는 “한효주가 섭외 제안을 고사하려고 했다더라.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의 엄마를 연기할 자신이 없다고 했다”며 “무조건 붙잡고 싶었다. 한효주가 연기한 이미현은 묵직함이 필요했다. 한효주가 가진 단단함이 이미현과 잘 어울릴 거라 믿었다.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효주는 지난 2010년 MBC 드라마 ‘동이’에서도 엄마를 연기했다. 당시 23살의 어린 나이에도 어색함 없는 연기로 호평을 받았던 그는 그해 역대 최연소로 MBC 연기대상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백상예술대상에서도 여자 최우수 연기상을 받으며 일찌감치 20대 대표 여배우로 자리 잡았다.
1987년생인 한효주는 올해로 36살이다. 지난 2005년 MBC 시트콤 ‘논스톱5’에 특별출연하며 연예계에 발을 디뎠다. 2006년에는 영화 ‘투사부일체’에서 여고생 유미정 역을 맡아 스크린 신고식을 치렀고, 유명 여배우들을 제치고 드라마 ‘봄의 왈츠’에 주인공으로 파격 캐스팅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한효주는 ‘일지매’, ‘찬란한 유산’, ‘동이’를 통해 본격적으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승기와 함께 출연한 ‘찬란한 유산’에서는 캔디 캐릭터 고은성으로 분해 최고 시청률 47.1%라는 기록을 세웠으며, ‘동이’는 최고 시청률 33.1%를 기록했다.
2012년은 한효주에게 특별한 해다. 한효주를 천만 배우로 만들어 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만났기 때문. 그는 다소 적은 분량에도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특히 1인 2역을 맡은 이병헌과 좋은 연기 호흡을 보여주며 영화에 힘을 실었다. 한효주는 이외에도 ‘감시자들’, ‘쎄시봉’, ‘뷰티 인사이드’, ‘해어화’, 드라마 ‘W’, ‘해피니스’ 등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한효주는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로 대중에게 깊이 인식되어 있었기에 실제 자신과는 사뭇 다른 캐릭터로 변신하기까지 마음먹기가 쉽지 않았을 터다. 이런 의미에서 ‘무빙’은 한효주의 재발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한효주가 캐릭터를 잘 살려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효주는 곧 넷플릭스 영화 ‘독전2’로도 관객과 만난다. 마약 조직 보스의 정체를 알고 있는 큰칼 역으로 등장해 전율을 선사할 예정이다. ‘독전2’에서 한효주는 또 어떤 변신을 할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