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취재진을 만나 작심한 듯 발언했다. 지난 29일 발표된 KBO리그 잔여 경기 일정표를 받고 황당했기 때문이다.
이유 있는 불만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미편성 경기와 우천순연 경기 등을 포함한 잔여 경기 일정을 재편성해 29일 발표했다. 최대 9연전까지 일정을 짜면서, 더블헤더 일정도 편성했다. 홍 감독이 "납득하기 힘든 결정"으로 콕 집은 편성은 9월 9일 고척돔에서 펼쳐지는 한화 이글스와 더블헤더 일정이다.
키움의 9월 첫째 주 일정은 빡빡하다. 오는 5~7일 창원에서 NC 다이노스와 원정 3연전을 치르고 서울 고척돔으로 돌아와 8일 오후 6시 30분 한화와 야간 경기를 한다. 이어 다음 날 오후 2시부턴 더블헤더 일정이다. 그리고 10일 낮 2시 한화와 주말 마지막 경기를 치러야 한 주 일정이 마무리된다.
키움만 이동 거리가 먼 것도 아니고, 더블헤더 포함 7연전 일정이 편성된 것은 아니다. 9월 9일 전국 4개 구장에 더블헤더가 열린다. 고척과 잠실(삼성 라이온즈-두산 베어스) 광주(LG 트윈스-KIA 타이거즈) 창원(롯데 자이언츠-NC) 등이다. KBO는 "더블헤더 편성을 팀당 형평성 있게 배분하려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KBO의 설명처럼 '형평성' 차원에서 보면 키움은 더블헤더가 1회로 가장 적다. 더블헤더 편성은 우천순연 최다 팀 KIA가 3회로 가장 많고, 나머지 8개 팀은 2회씩이다. 그러나 재편성 일정엔 '운용의 묘'가 아쉽다.
홍원기 감독은 키움과 한화의 추후 일정을 보면 9일 굳이 더블헤더를 편성하지 않고도 남은 맞대결을 소화할 수 있지 않느냐는 항변이다.
키움과 한화 모두 11일, 13일, 14일 모두 일정이 없다. 이 중 어느 날에도 편성이 가능하다. 9일 양 팀이 더블헤더를 치르지 않고 만일 11일 키움-한화전을 편성하더라도 키움은 최대 7연전(5~11일), 한화는 최대 8연전(5~12일)을 치르게 된다. 한화가 12일 서울에서 두산과 원정 1경기가 편성돼, 이 경기 후 13일 고척 키움전도 충분히 가능하다. KBO는 "한화 일정도 고려해야 했다"면서 "12일 잠실 두산전 이후 (13일에) 고척 키움-한화전 편성 의견도 있지만, 이 경우 한화도 (원정 서울에) 하루를 더 남아야 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홍원기 감독은 "그동안 우천 취소 없이 경기를 많이 소화한 우리 팀 입장에선 불합리하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고 항변한다. 고척돔을 홈으로 사용하는 키움은 올 시즌 순연 경기가 4차례(우천 3회, 미세먼지 기준 초과 1회)로 단연 가장 적다. 최소 경기를 소화한 KIA가 19경기나 순연된 것과 큰 차이다.
체력 소모가 큰 한여름, 쉬지 않고 연전을 치른 키움은 더블헤더 편성으로 최하위로 처진 설움과 섭섭함을 한꺼번에 얻었다. 홍원기 감독은 "(포스트시즌 경쟁이 걸려있는) 중요한 경기를 우선 배정한다고 하더라도 이건 다소 불합리하다"고 구단 입장을 대변했다. 따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키움은 9월 17~19일 휴식하고, 20일부터 22일까지 광주(KIA)-고척(NC전)-대전(한화전)으로 사흘 연속 바쁘게 이동한 뒤 또 닷새간 경기가 없다.
키움이 포스트시즌 경쟁 중이었다면 재편성 일정이 달랐을까. 홍원기 감독은 "올 시즌 우천순연이 많아 일정 편성의 어려움을 이해하나 조금 더 세밀하게 편성해 줬으면 한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