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강원 원주시 사회단체가 기습 시위를 진행했다. 영화 ‘치악산’의 언론 시사회 장에서 영화 개봉을 반대하기 위함이다. 이날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치악산’의 시사 및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치악산’은 18토막난 사체 10구가 시간 간격을 두고 치악산에서 발견돼 비밀리에 조사가 이뤄졌다는 허구의 괴담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원주시 측은 이 같은 괴담이 모두 거짓이며 비슷한 사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영화 ‘치악산’이 실제 치악산의 이미지를 훼손할 수 있다며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고려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그럼에도 언론 시사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이에 시사회 현장을 찾은 김정윤 원주시 사회단체협의회장 등은 “원주시민을 무시하고 영화의 개봉을 강행하는 영화 제작사를 강력히 규탄한다. 시민들을 대표한 단체들의 영화 개봉 반대 성명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이 모든 것을 홍보와 돈벌이 수단으로만 삼고 있다”면서 유감을 표했다. 또 추후 영화 개봉을 중단하거나 ‘치악산’이라는 명칭을 계속 사용할 경우 어떠한 조치도 불사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영화 제작사 측은 원주시에서 요구한 ‘치악산’ 제목 변경 및 영화 속에 등장하는 치악산에 대한 편집 및 묵음 처리에 대해 “영화의 제목 변경과 본편 내에 등장하는 ‘치악산’을 언급하는 부분을 모두 삭제해달라는 요청에 관해 그렇게 된다면 영화를 처음부터 다시 촬영해야 할 정도로 이야기의 연결이 맞지 않는다. 또 주요 출연 배우 중 한 명이 군 복무를 하고 있는 관계로 재촬영 역시 불가한 상황인 점을 양해해 달라”고 한 바 있다.
하지만 간담회에서 오성일 프로듀서는 “제목을 바꾸지 못 하겠다고 한 적은 없다. 제목을 변경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원주시에 보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양해해 달라고 한 건데 기사 헤드라인이 못 바꾼다는 식으로 나가서 원주시 측에서 오해를 한 것 같다”면서 슬쩍 책임소재를 언론사에 넘기기도 했다. 어찌 됐든 생각보다 강경한 원주시 측의 반발에 한 발을 뺀 모양새다. 다만 영화 개봉 연기에 대해서만큼은 내부적으로 논의된 게 없다는 입장.
개봉까지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치악산’이 무사히 관객들을 만날 수 있을까. 팽팽한 원주시와 영화 제작사 양측이 긴장을 풀고 극적 화해를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예정대로라면 ‘치악산’은 내달 13일 개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