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KBO리그는 유독 우천순연 때문에 골치를 앓았다.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이용한 키움 히어로즈(124경기)와 비로 연기된 경기가 가장 많은 KIA 타이거즈(108경기)의 차이가 16경기에 달한다. 결국 한국야구위원회(KBO)는 "8월 5일부터 9월 10일 사이 토·일요일 경기가 취소되면 곧바로 이어지는 월요일로 해당 경기를 재편성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두산이 새 규정의 첫 당사자가 됐다. 1일부터 예정된 부산 롯데 자이언츠와 토요일(2일) 경기가 비로 취소됐고, 이는 월요일(4일)로 재편성됐다. 두산은 3일 롯데전을 시작으로 10일 삼성 라이온즈전까지 8일 동안 쉼 없이 일정을 소화한다. 9일 삼성과의 더블헤더를 포함하면 이 기간 9경기를 쉬지 않고 치른다.
3일 기준으로 두산은 4위 KIA 타이거즈, 5위 NC 다이노스에 2.5경기 차 뒤진 6위다. 1승이 급한 가운데 투수가 크게 부족하다. 라울 알칸타라(평균자책점 2.25·리그 1위) 곽빈(2.58) 브랜든 와델(2.81)을 보유했으나, 김동주와 최승용의 부진으로 4·5선발이 빈다.
일단 두산 박신지가 주중 KIA전에 나선다. 선발로 부진한 후 불펜으로 돌렸던 최원준도 선발로 복귀하고, 손가락 부상에서 돌아온 최승용도 대체 선발로 뛴다. 이 가운데 최근 컨디션이 좋은 건 최승용뿐이다. 6월 28일 이후 13경기(선발 1경기) 평균자책점 1.80이다. 최원준도 불펜으로 4경기 평균자책점 1.69를 기록했으나, 선발로 부활할지는 미지수다. 박신지는 2군 12경기 3승 2패 평균자책점 3.40으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러나 1군 선발로는 1경기 2이닝 2실점에 그쳤다.
이닝 이터가 없으니 불펜 부담이 커진다. 홀로 롱 릴리프를 맡아 온 김명신은 구원 투수 중 투구 수 1위(1130구)를 기록 중이다. 이승엽 두산 감독은 "확대 엔트리로 투수 3명이 늘어나니 교체 타이밍이 조금 빨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이승엽 감독은 9연전을 가을 승부처로 봤다. 그러나 무리해서 김명신과 필승조를 기용한다면 오히려 남은 시즌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달 홍건희와 정철원이 무너진 상황이다. 잡아야 할 경기와 쉬어가야 할 경기를 구별해야 버틸 수 있다. 냉철해질 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