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국 KIA 타이거즈 감독은 전반기를 마무리하며 마운드 최우수선수(MVP)로 임기영(30)을 꼽았다.
지난 시즌까지 선발 투수로 나섰던 임기영은 불펜 투수로 자리를 옮겼고, 2이닝 이상 막는 롱릴리버부터 필승조 요원까지 많은 임무를 소화했다. KIA 불펜진에서 가장 많은 이닝(51)을 소화하기도 했다. 사령탑은 “궂은일을 도맡아줬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임기영은 KIA 타이거즈가 751일 만에 8연승을 거둔 3일 SSG 랜더스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그는 5-6으로 지고 있던 KIA가 8회 초 공격에서 김태군과 고종욱의 연속 적시타로 2점을 추가하며 역전한 뒤 바로 이어진 8회 말 수비에 마운드에 올랐다. 임기영은 장타력이 좋은 전의산·하재훈·최주환을 모두 범타 처리하며 홀드를 추가했다.
정규시즌 막판 상위권 도약을 노리는 KIA에 가장 큰 고민은 선발진이다. 외국인 투수 마리오 산체스는 지난달 25일 한화 이글스전 등판 뒤 팔꿈치 통증이 생겼고, 이틀 뒤 인대 손상 탓에 3주 이상 재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 참가하는 국내 투수 이의리는 22일 대표팀에 차출된다.
통산 122번 선발 등판한 임기영이 대체 선발 투수로 떠올랐다. 김종국 감독은 “박빙 상황에서 잘 막아주는 것만으로 제 몫을 해주고 있는 투수다. 선발로 내세울 계획은 없다”라고 했다. 임기영을 불펜 투수로 쓰는 게 더 효과적인 마운드 운영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임기영은 KIA가 8연승을 거두는 동안 자신이 왜 ‘불펜 에이스’로 인정받는지 보여줬다.
연승이 시작된 8월 24일 수원 KT 위즈전에선 2-3으로 지고 있던 7회 말 등판, 1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내며 역전승(스코어 7-3) 발판을 만들었다. 8월 27일 광주 한화전에선 2-2 동점이었던 6회 초 마운드에 올라 1과 3분의 1이닝 무실점을 기록했다. 선발 투수 윤영철이 4이닝 밖에 막지 못하며 불펜진이 5회부터 가동된 상황. 임기영은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그는 2일 인천 SSG전에서도 1과 3분의 2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다. 이 기간 임기영은 6이닝 동안 1점만 내줬고, 홀드 2개를 기록했다. 구원 1승도 거뒀다.
올 시즌 KIA 마운드 주축 선수들은 기복이 있었다. 에이스 양현종은 두 차례 3연패를 당했고, 마무리 투수 정해영은 컨디션 난조로 7월 내내 1군에서 이탈했다. 지난겨울 영입한 외국인 투수 숀 앤더슨과 아도니스 메디나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팀을 떠났다.
임기영은 등판한 51경기(5일 기준) 중 26경기에서 1과 3분의 1이닝 이상 소화할 만큼 고된 레이스를 펼쳤지만, 꾸준히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평균자책점(2.56) 이닝당 출루허용률(0.81) 모두 뛰어나다. 팀 내 최다 홀드(13개)도 기록했다. 피안타율(0.174)은 55이닝 이상 소화한 리그 불펜 투수 중 함덕주(LG 트윈스·0.164)에 이어 2위였다.
임기영은 과부하 우려에 대해 “원래 팔이 빨리 풀리는 편이다. 선발 투수로 나설 땐 (단일시즌 기준) 100이닝 넘게 던졌다. 불펜 등판 준비도 이제 적응이 됐다”라며 웃어 보였다. 올 시즌 KIA가 포스트시즌(PS)에 진출한다면 최고 수훈 선수는 단연 임기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