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 여제’ 나아름(33·삼양사)이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질주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그는 “내 사이클 인생은 끝이 나는 게 아니라, 계속 이어지는 것”이라며 자신의 4번째 아시안게임(AG)을 앞둔 소감을 전했다.
나아름은 지난 2014 인천, 2018 자카르타-팔렘방 AG 금메달리스트다. 2010년 광저우 대회부터 참가했으며, 이번 항저우 대회가 4번째 AG이다. 세간에 주목받은 건 2018년이었다. 나아름은 당시 4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며 한국 사이클 역사상 최고 성적에 기여했다. 한국 사이클 대표팀은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13개의 메달(금메달 6·은메달 3·동메달 4)을 땄는데, 이 중 4개의 금메달을 나아름 혼자 해낸 것이었다.
그는 세 번의 올림픽(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2022 도쿄)에도 출전했다. 2019년엔 이탈리아 명문팀 알레-치폴리니에 합류해 여자 도로사이클 최고 대회인 ‘지로 로사’에도 나섰다. 사이클 도로 중장거리 종목에서 거의 모든 이정표를 세운 그에게 ‘사이클 여제’라는 수식어가 붙은 배경이다.
그런 나아름에게 4번째 AG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완벽하진 않았지만 꿈꿔온 것을 다 해냈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번에야말로 ‘마지막’이 아닐까 생각한다”면서 은퇴를 언급했다.
하지만 나아름이 말한 마지막은 완전한 은퇴가 아니었다. 그는 “요즘은 지도자를 생각하면서 다시 사이클을 탄다. 뭔가 끝인 것 같았지만, 사이클 인생이라는 게 끝이 아니라 연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당초 지도자 생활을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털어놓은 그는 “선수 생활하며 사이클을 쳐다도 보기 싫을 정도였다. 극한의 고통도 경험해 왔다”면서도 “그런데 지금이나 5년 뒤 그만두더라도 똑같이 아쉬운 마음이 남을 것 같았다. 대신 지도자로 전향한다면 그만둔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33세 베테랑이지만, 나아름은 여전히 ‘잘 타고 싶다’고 외친다. 그는 “선수는 물론, 앞으로 지도자가 돼서도 완벽하게 잘해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새로운 동기부여가 생기니 ‘은퇴’라는게 슬프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2달 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과거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임했던 내 마음은 ‘금메달 따야지, 기록 세워 봐야지’였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진 걸 몸으로 느낀다”고 진단했다. 이어 “오히려 설렌다. 지난 15년을 되돌아보며, 잠시 잊고 있는 걸 떠올렸다. 부단히 노력하고, 쉼 없이 달리는 게 내 방식이라고 말이다”고 언급했다.
나아름에게 이번 AG 대회 전망에 대해 묻자 그는 “시상대엔 오를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사실 1등을 하게 된다면 그건 기적일 것”이라고 웃기도 했다.
여러 국제 대회를 경험한 나아름은 AG을 앞둔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아무 생각 없이 경기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베테랑들은 너무 많이 알아서 부딪히려고 해도 한계를 깨닫고 몸이 멈춘다. 오히려 젊은 선수들은 이 기회를 통해 벽을 깰 수도 있다”며 격려했다.
아울러 그는 “과거 올림픽에 나갈 때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나’라는 심정으로 출전했다. 하지만 이제는 은퇴를 생각하고, 지도자를 바라보니 나 대신 후배들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못 이룬 올림픽 메달이라는 꿈을 후배들이 이뤄주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