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단이 교체되고, 위치가 바뀌는 등 변화가 있었지만 결과는 같았다. 클린스만호는 이번에도 승리와 거리가 멀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8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의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일스와의 친선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클린스만호는 출범 후 첫 5경기에서 3무 2패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당초 이날 경기의 관심사는 유럽파들의 활약 여부였다. 지난 주말 리그에서 모두 돋보이는 활약을 펼쳐 분위기가 최고조에 오른 시점이었다. 손흥민(토트넘) 황희찬(울버햄프턴) 홍현석(KAA 헨트)는 골맛을 봤고, 이재성(마인츠) 조규성(미트윌란) 등도 존재감을 보여주기도 했다. 약 5년 만에 유럽에서 A매치가 열린 만큼 현지 적응 문제도 덜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여기에 상대인 웨일스(35위)는 한국(28위)보다 국제죽구연맹(FIFA) 랭킹이 낮고, 다가오는 2024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예선 라트비아와의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있어 일찌감치 ‘로테이션’을 외친 만큼 클린스만호의 승리가 더욱 가까워 보였다.
뚜껑을 열어보니 힘을 낸 건 홈팀 웨일스였다. 팬들 앞에서 강력한 압박을 선보였고, 전반전엔 브레넌 존슨과 해리 윌슨, 후반전엔 키퍼 무어가 존재감을 뽐냈다. 클린스만호는 점유율은 높았으나, 유의미한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특히 전반 중반까지 수비에 성공하고도 연이어 공을 헌납하는 허무한 장면도 나왔다. 지난 주말까지 최고의 활약을 펼친 선수들인데, 패스 미스가 연이어 나왔다. 전반 막바지까지 ‘프리롤’로 뛰던 손흥민이 왼쪽에서 공격을 전개하기 전까지 슈팅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한국의 이날 슈팅은 4개였는데, 3개가 손흥민의 몫이었다.
물론 클린스만 감독도 승리를 위해 여러 교체 카드를 꺼냈다. 전술적 변화도 노렸다. 먼저 양 윙의 스위칭 플레이가 나왔고, 후반전엔 박용우가 부상 의심으로 빠지자 양현준과 이동경을 함께 투입하며 0-0 상황을 깨뜨리고자 했다. 이순민이 중앙으로 이동해 볼란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그런데 실질적인 영향력이 없었다. 영양가 떨어지는 백 패스, 그리고 공격 시 패스 미스로 인한 턴오버가 나왔다. 사실상 이날 경기는 공격에선 손흥민, 수비에선 김민재와 김승규의 존재감만 남았다.
축구 팬들의 최대 관심사인 클린스만 감독의 축구 색깔에 대해서도 여전히 알 수 없다. 경기 뒤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의 축구 색깔에 대해 “지금은 과정이 필요하다. 오는 11월 시작하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예선과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 대비해 선수들을 점검할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호는 오는 13일 사우디아라비아전을 끝으로 9월 A매치 일정을 마무리한다. 과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가 관전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