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르겐 클린스만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의 보여준 '자상한 아빠'의 모습이 한국 팬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이 부임 직후부터 재택, 외유 논란을 일으켜온 걸 감안하면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기 어려워 보인다.
축구대표팀은 8일(한국시간) 영국 카디프에 위치한 카디프시티스타디움에서 웨일스와 A매치 친선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클린스만호는 지난 3월과 6월 치른 총 4차례 A매치에서 2무2패를 기록한 뒤 이번 웨일스전을 포함해 '5경기 무승'을 기록했다. 역대 외국인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최다 기록이다.
손흥민, 김민재, 이재성 등이 전력을 다했으나 이날 한국의 슈팅은 4개에 불과했다. 유효슈팅은 손흥민이 기록한 한 번뿐이었다. 공격력 부진이 심각했다. 세계적인 공격수 출신인 클린스만 감독은 선수 파악과 구성에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이 상대 진영을 공략하지 못한 가운데, 클린스만 감독이 '과감한 돌진'을 보여줬다. 영국 공영방송 BBC의 웨일스판은 8일 공식 SNS를 통해 "클린스만의 아들을 위한 엄청난 선물이 준비됐다"는 기사를 썼다.
클린스만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램지와 경기가 끝나고 유니폼을 교환하려는 것을 봤다는 기자의 질문에 "내 아들이 LA 갤럭시에서 골키퍼로 뛴다. 그가 지난 오후에 나에게 문자로 '램지 유니폼을 가져다줄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라고 말했다. 아들을 위해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상대 선수에게 다가가 유니폼 교환을 시도한 거라고 밝힌 것이다.
그냥 넘어가기에 클린스만이 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한 뒤 보여준 모습은 "일관되게 무성의했다"는 지적이다. 가뜩이나 그는 재택근무 논란, 외유 논란에 시달리고 있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A매치 기간에만 주로 한국에 머물렀을 뿐, 평가전이 끝나면 미국이나 유럽 등 출국길에 올랐다. 현장을 찾는 대신 해외 매체를 통해 유럽 축구를 평론하는 데 힘을 썼다. 영국 공영방송 BBC도 "클린스만이 한국 대표팀에 부임한 뒤 6개월 동안 한국에 머문 기간은 67일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지적했다.
대표팀 감독 업무를 사실상 원격으로 한 셈인데, 문제는 결과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클린스만 감독의 동선은 '한국 대표팀 감독'이라기에 부적절한 게 한두 개가 아니다.
국내외 팬들과 미디어가 클린스만 감독의 '근태'를 주시하는 가운데, 상대 선수에게 사인 유니폼을 받으려고 직접 나선 모습은 대표팀 감독으로서 적절하지 않아 보였다. 웨일스전 결과도 좋지 않았지만, 경기 직후 감독으로서 선수들에게 뭔가 중요한 메시지를 줘야 할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이 보여준 건 지극히 개인적인 업무였다.
경기 후 클린스만 감독은 침착하게 기자회견에 응했다. 그는 "대등한 경기였다. 양 팀 모두 준비한 대로 경기를 풀어가는 데 상당히 어려움을 겪었고, 골 찬스도 많이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대등한 경기였다"며 "웨일스가 5백으로 나와서 잘했다. 우리도 웨일스와 비슷한 팀을 상대로 어떻게 준비하고 풀어나가야 하는지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11월 시작하는 2026 북중미 월드컵 예선과 내년 초 열리는 카타르 아시안컵에 대비해서 선수들을 점검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오늘까지 5경기를 통해 상당히 많은 부분을 관찰했다. 지금 세대교체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웨일스와의 졸전을 펼친 축구대표팀은 오는 13일 오전 1시 30분 영국 뉴캐슬 세인트제임스파크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9월 A매치 두 번째를 치른다.
김식 기자 seek@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