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군단’ 독일 축구대표팀이 안방에서 일본에 1-4 충격패를 당했다. 독일축구 역사상 안방에서 아시아 팀에 4골을 실점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전 세계가 놀란 결과인 가운데, 가장 충격에 빠진 건 역시 독일 축구계다. 한지 플릭 감독의 경질설까지 거세게 일고 있다.
독일 키커는 10일(한국시간)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설움을 설욕할 기회였지만, 독일축구엔 악몽과 굴욕이 되풀이되는 결과만 낳았다. 공격에서는 창의성을 잃었고, 수비에서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실수가 많았다. 일본축구를 칭찬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고 꼬집었다.
앞서 독일은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일본과 한조에 속해 첫 경기에서 1-2로 역전패를 당한 바 있다. 일본전 패배 여파로 독일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번 경기는 당시 패배를 설욕할 기회였는데, 오히려 1-4 대패로 당시의 악몽과 굴욕이 반복됐다는 지적이다.
독일 T-온라인도 “독일의 수비는 매우 불안정했다. 재빠른 일본의 공격을 거의 막지 못했다. 일본은 경기 초반부터 용기를 가지고 경기를 시작했고, 독일의 빌드업을 방해했다. 후반전엔 일본의 단단한 수비라인 앞에 독일 공격은 아무런 기회도 만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플릭 감독의 경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비단 일본전 패배뿐만 아니라 독일은 최근 A매치 5경기에서 1무 4패로 승리가 없다. 일본전 패배로 최근 3연패의 늪에 빠진 상황이다. 플릭 감독은 지난 2019~20시즌 바이에른 뮌헨의 트레블(3관왕)을 이끈 뒤 지난 2021년부터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다. 독일 빌트는 “독일축구가 완전히 망가졌다. 즉각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수비의 혼란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플릭 감독은 계속 지휘봉을 잡고 있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플릭 감독은 다만 스스로 사퇴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일본전 패배 후 기자회견에서 “일본이 좋은 팀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현재 일본의 간결한 수비를 돌파할 만한 방법이 없었다. 실망이 큰 것도 분명하고, 비판도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나 역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고 자평했다.
이날 독일 축구대표팀은 독일 볼프스부르크 폭스바겐 아레나에서 열린 국가대표팀 A매치 평가전에서 일본에 1-4로 대패했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일본전 2연패다. 당시에도 사령탑은 플릭 감독이었다.
독일은 카이 하베르츠(아스널)를 필두로 세르주 그나브리(바이에른 뮌헨) 플로리안 비르츠(바이어 레버쿠젠) 르로이 사네(바이에른 뮌헨)가 2선에 포진하는 4-2-3-1 전형을 가동했다. 일카이 귄도안(바르셀로나) 안토니오 뤼디거(레알 마드리드) 요슈아 키미히(바이에른 뮌헨) 마르크 안드레 테어 슈테겐(바르셀로나) 등도 선발로 내세웠다.
일본은 골키퍼를 제외하고 필드 플레이어를 전원 유럽파로 구성했다. 우에다 아야세(페예노르트)를 필두로 미토마 가오루(브라이턴 앤 호브 알비온) 가마다 다이치(라치오) 이토 준야(랭스)가 2선에 포진하는 4-2-3-1 전형으로 맞섰다. 엔도 와타루(리버풀) 도미야스 다케히로(아스널) 이타쿠라 고(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등도 선발로 나섰다.
독일은 전반 11분 만에 선제 실점을 허용했다. 측면 크로스가 이토의 슈팅으로 연결돼 실점을 허용했다. 뤼디거가 수비하려 애썼지만 경합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그나마 독일은 전반 19분 사네의 동점골로 균형을 맞췄지만, 3분 만에 우에다에게 추가골을 허용하며 1-2로 다시 리드를 빼앗겼다.
이후 독일은 점유율을 높이며 공격 기회를 엿봤지만, 좀처럼 일본 수비를 공략하지 못했다. 일본은 후반 수비라인을 스리백으로 바꾸면서 수비에 더 무게를 두다 역습을 통해 추가골을 노렸다. 독일의 빈공이 이어지는 사이 일본이 정규시간 막판 역습 상황에서 아사노의 골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추가시간엔 다나카 아오(뒤셀도르프)의 헤더 골까지 터졌다. 경기는 독일의 1-4 대패로 막을 내렸다.
이날 독일은 볼 점유율이 67%에 달했고, 패스 횟수에서도 686회로 일본(305회)보다 2배 이상 많았지만 대패를 면치 못했다. 슈팅 수에서는 오히려 11-14으로 크게 밀렸고,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만든 횟수도 독일은 단 한 차례에 불과했지만, 일본은 세 차례나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