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KT가 기나긴 경영 공백 끝에 새로운 수장을 맞으며 한숨을 돌렸지만 바닥을 찍은 주가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모습이다. 증권가는 매수 의견을 유지하면서도 목표 주가 상향에는 선뜻 나서지 않고 있다. 조만간 기지개를 켤 것이라는 기대 속에 당분간은 김영섭 신임 대표의 행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T 주가는 김영섭 대표가 공식 취임한 지난달 30일 3만3000원대에서 3만원대로 6%가량 빠졌다.
지난 10거래일동안 주가가 오른 날은 1거래일(9월 8일)뿐이다. KT가 9년 2개월 만에 시가총액 10조원에 복귀한 지난해 8월 1일과 비교하면 약 19%,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구현모 전 대표의 연임에 반대표를 시사하며 경영 공백 위기가 본격화하기 직전인 작년 12월 27일과 대비하면 약 15% 떨어졌다.
경영 리스크가 회복됐지만 곧장 주가에 호재로 작용하지 않았다. 본업인 통신 사업이 아직 견고하고, 단기 투자 이슈가 없기 때문에 이런 현상에 크게 흔들릴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KT는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이 없고, 6G(2030년 예상) 이전까지 대규모 CAPEX(설비투자)에 대한 계획도 없으며, 우수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기반으로 실적이 꾸준히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최근까지 보여줬던 배당 정책이 크게 훼손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김영섭 대표는 지난 7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구조조정은 없다"고 못을 박은 바 있다.
이에 반해 이동통신 사업의 성장 정체와 경영진의 정책 변화로 주가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목표 주가를 4만원에서 3만3000원으로 하향 조정하며 "경영·배당 정책 변경 가능성을 시사했는데 장기 KT의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될 진 몰라도 주주 성격이 변하면서 단기 주가 하락 가능성이 높다"며 "이동통신 매출 정체 양상이 심화해 2023~2024년 실적 악화 우려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주가가 2만5000원까지도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KT의 올해 2분기 텔코 B2C(유·무선) 사업 매출은 2조3902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0.4%가량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3분기와 올해 1분기에는 역성장하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KT는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주가 전망과 관련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다.
다만 김영진 KT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달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대표 선임 후 이사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주주 환원 정책을 논의·확정하고 발표할 예정"이라며 "주주 의견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해왔으며, 새로운 이사회도 이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