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여섯 경기 만에 가까스로 첫 승을 거둔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번에도 곧바로 귀국길에 오르지 않는다. 유럽을 돌며 선수들을 체크한다는 계획인데, 이른바 ‘외유’ 논란 역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클린스만 감독은 A매치 2연전을 마친 뒤 한국으로 귀국하지 않고 대표팀 주축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관전한 뒤 한국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당장 사흘 뒤 예정된 김민재의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과 레버쿠젠의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 관전 계획이 예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에도 유럽을 돌며 유럽파 선수들을 관찰한 뒤 이달 말쯤 한국에 돌아올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당초 취임 기자회견에서부터 국내 상주를 약속했지만, 정작 지난 2월 부임 후 단 67일만 한국에 머물러 재택·외유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를 돌며 K리그 등 선수들을 직접 관찰하는 건 차두리 코치(전 기술고문)와 마이클 김 전 코치에게 대부분 맡긴 채, 자신은 유럽이나 미국 자택에 머물렀다.
실제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3월 A매치 기간이 끝난 뒤 4월 1일 미국으로 출국했다가 유럽파 점검 이후 26일에야 한국에 돌아왔다. 이후 5월 7일에도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조 추첨을 위해 출국한 뒤 다시 미국으로 향해 6월 2일 복귀했다. 6월 A매치가 끝난 뒤엔 한 달간 휴가를 떠났고, 지난달 1일에는 개인 일정과 유럽파 점검 등을 이유로 출국해 귀국하지 않은 상태다.
클린스만 감독은 취임 초반만 하더라도 자신은 국내에 머무르고 해외에 있는 코치진이 직접 선수들을 체크할 것으로 알렸지만, 정작 부임 후엔 K리그는 뒷전으로 한 채 자신이 직접 유럽파들과 만나는 일정을 반복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도 최근 국내 취재진과 화상 인터뷰에선 “내가 한국에 거주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는 과장된 것 같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문제는 클린스만 감독이 유럽파를 관찰하는 게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점이다. 당장 이미 대표팀 핵심 수비수인 김민재의 경기를 오는 16일 관전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점이 남을 수밖에 없다. 김민재는 이미 독일 분데스리가 개막 3경기 연속 선발로 출전하며 팀 내 입지도 불안하지 않고, 몸 상태 등도 이미 이번 A매치 2연전 소집 과정에서 모두 끝난 상태다. 설령 김민재가 소속팀에서 부진하더라도 대표팀 발탁 여부를 고민해야 할 선수도 아니다. 유럽파를 매우 선호하는 클린스만 감독의 성향상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클린스만 감독의 외유 논란에 대해선 한준희 대한축구협회(KFA) 부회장도 한 방송을 통해 “클린스만 감독이 유럽까지 가서 한 경기 보고 선수를 뽑는다는 게 대표팀 구성에 얼마나 영향이 있을까 의문이 든다. 선수가 결장하거나 부진하더라도 이 선수들을 안 뽑겠는가. 이미 경기장에서 굵직한 선수들에게 격려 한 마디를 하는 게 실효성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소신 발언을 한 바 있다.
자연스레 클린스만 감독을 둘러싼 외유 논란은 부임 여섯 경기 만에 거둔 첫 승과는 별개로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특히 클린스만호는 내달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튀니지와, 1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베트남과 국내 평가전 2연전이 예정돼 있어 내달 초 대표팀 명단이 공개될 예정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이달 말에나 복귀한다면 K리그 선수들은 사실상 직접 확인할 기회도 거의 없이 대표팀 명단을 구성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연스레 KFA가 클린스만 감독과 계약하는 과정에서 국내 거주와 관련된 조항을 제대로 삽입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발표했던 지난 2월만 하더라도 “국내 거주가 계약 조건”이라고 발표하고도 정작 클린스만 감독의 잇따른 외유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관련된 논란이 거센 상황을 모를 리 없는 클린스만 감독이 또 귀국 대신 유럽파 점검을 택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편 클린스만호는 13일 영국 뉴캐슬 세인트 제임스 파크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 1-0 진땀승을 거뒀다. 전반 32분 상대 수비 굴절로 얻어낸 득점 기회를 조규성(미트윌란)이 헤더로 연결해 선제골을 넣었고, 이 골을 끝까지 지켜냈다. 클린스만 감독은 사상 처음 부임 다섯 경기 연속 무승(3무 2패)의 불명예 기록을 쓴 뒤 가까스로 부임 첫 승을 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