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동료에게 의미 있는 기록을 내준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기념구를 직접 챙겨 주는 ‘의리’를 보여줬다.
류현진은 13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MLB)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팔꿈치 수술 재활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뒤 처음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해냈다. 6이닝 동안 82구를 던지며 5피안타(1피홈런) 5탈삼진 3실점을 기록했다.
류현진은 이날도 완벽한 제구력을 보여줬다. 가운데 몰린 공이 딱 1개뿐이었을 만큼 코너워크가 좋았다. 복귀 뒤 ‘주 무기’로 격상한 ‘슬로 커브’의 위력도 탁월했다. 4회 초 상대한 네이트 로우에겐 62.6마일(101㎞) 커브로 타자를 얼려 버리기도 했다.
류현진은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다. 이날 사이영상 3회 수상 투수 맥스 슈어저가 텍사스 선발 투수로 나섰고, 그는 5와 3분의 1이닝 동안 토론토 타선에 1점도 내주지 않았다.
잘 던지던 류현진도 4회 투구에서 주춤했다. 상대 타자들이 초구에 노림수를 갖고 나섰고, 컷 패스트볼이 공략당했다. 선두 타자 코리 시거에게 중전 안타를 맞은 뒤 후속 로비 그로스만에게 좌월 투런홈런을 맞았다. 6회는 시거와 미치 가버에게 빗맞은 안타를 맞은 뒤 요나 하임에게 희생플라이 타점을 허용했다. 토론토는 6-3으로 졌고, 류현진은 시즌 2패(3승) 째를 당했다.
비록 승리 투수는 되지 못했지만, 류현진은 MLB에서도 베테랑으로 인정받는 선수다운 품격을 보여줬다.
상황은 이랬다. 류현진은 4회 초, 전날(12일) 경기까지 통산 999안타를 기록했던 시거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1000번째 안타를 내줬다. 시거는 2015년 LA 다저스에서 빅리그 데뷔 무대를 갖고 팀 주전 유격수로 2021시즌까지 뛰다가, 2022시즌을 앞두고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텍사스로 이적한 선수. 류현진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다저스에서 뛰었다. 전 동료에게 1000안타를 허용하고, 얻어낸 상황이었다.
경기 중이었지만 류현진은 시거의 1000안타 기념구를 직접 받은 뒤 텍사스 더그아웃을 향해 던져줬다. 기록을 허용한 투수가 직접 챙기는 장면도 이례적이다. 시거는 2019년 전반기, 유독 류현진이 등판한 경기에서 잘 던지며 국내팬 사이 ‘특급 도우미’로 인정받았다. 2019년은 류현진이 내셔널리그(NL) 평균자책점 1위(2.32)에 올랐던 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