뜰 것 같은데 안 뜬 노래 다들 하나씩은 갖고 계시죠. ‘역주행각’은 일간스포츠가 역주행 가능성이 가득한 K팝 곡을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한 번 들으면 두 번 듣게 될 그 노래, 알려드립니다.
이름은 외국 느낌이 강하지만 노래만큼은 K소울의 정석을 보여준다. 바로 가수 폴 블랑코를 두고 하는 말이다.
폴 블랑코는 지난 달 30일 새 싱글 ‘그런 일은’을 발매했다. ‘그런 일은’은 박화요비의 곡을 리메이크한 것으로 폴 블랑코의 짙은 발라드 감성으로 재탄생됐다. 이 노래는 아티스트들이 장르를 넘나들며 원고을 색다른 느낌으로 재해석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프로젝트 체인지’의 일환이다.
폴 블랑코는 특유의 허스키하면서도 중저음으로 ‘그런 일은’의 애절함을 표현했다. 애절을 넘어 절실한 느낌마저 드는 그의 음색은 노래의 주제를 완벽하게 소화한 모습이다. ‘그런 일은’은 연인과의 이별을 거부하는 인물의 감정을 담아낸 곡이다. 그간 ‘그런 일은’은 주로 여성 보컬리스트들이 커버를 많이 했지, 남성 보컬리스트의 목소리로 불려진 건 많지 않다.
그만큼 ‘그런 일은’은 박화요비 원곡의 색이 강했기에 남성의 목소리로 어떻게 풀어질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하지만 폴 블랑코는 마치 자신의 곡인 마냥 물 흐르듯 곡을 흡수했다. 저음은 물론 고음까지 어느 한 곳 그의 감정이 배제된 구간은 없다. 노래 자체의 완성도도 높은 편이지만 폴 블랑코는 음악적 감성이 높다는 걸 이 노래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해당 곡을 자주 접하지도 못했을 터인데도 K감성, 즉 K소울을 한 음 한 음 잘 담아냈다.
폴 블랑코의 ‘그런 일은’ 탄생 배경엔 KBS 음악 프로그램 ‘더 시즌즈-최정훈의 밤의 공원’을 빼놓을 수 없다. 폴 블랑코는 지난 7월 해당 방송에 출연해 ‘그런 일은’ 일부를 커버해서 들려줬는데 방송 이후 그의 라이브 영상이 엄청난 화제가 됐다. 해당 영상은 무려 조회수 211만 회를 기록했고 팬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정식 음원으로 발매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결국 폴 블랑코가 ‘그런 일은’을 대중 앞에 선보인 것. 팬들은 “가둬놓고 옛 노래들 쉴새 없이 커버시키고 싶다”, “앨범 음원보다 이 라이브가 더 좋다. 감정이 제대로 담겨 너무 듣기 좋다”, “톤이 세련되고 아름답다. 한 순간도 지루한 구간이 없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폴 블랑코는 발라드가 전공인 가수는 아니다. 그는 래퍼이자 프로듀서다. 이 점 역시 그의 음색, 그의 음악을 더욱 반전있게 만드는 요소다. 랩은 물론 발라드까지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그는 최고 싱잉 래퍼가 될 수 있는 실력자임을 증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미 그의 음악적 진가를 알아보고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 RM은 폴 블랑코에게 직접 DM을 보내 함께 음악 작업을 했고 SNS를 통해 추천하기도 했다.
폴 블랑코의 음악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감성의 끝’이다. 어떤 기교나 테크닉적 화려함보다도 말 그대로 목소리 자체가 무기인 아티스트다. 그 시절, 그 당시 느낌을 그대로 살려주는, 감성을 건드리는 목소리. 폴 블랑코의 ‘그런 일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