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찬이 올 시즌 초반 물오른 경기력을 이어가며 리그 3호 골까지 터뜨렸다. 하지만 팀은 후반전에 무너졌고, 역전패하며 아쉬움을 삼켰다.
울버햄프턴은 지난 16일 저녁(한국시간) 영국 올버햄프턴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에서 1-3으로 역전패했다. 울버햄프턴은 이날 전반 황희찬의 선제골에 힘입어 앞서갔으나, 후반에만 내리 3골을 내주며 리그 4패(1승)째를 올렸다. 최근 2연패에 이어 리그 15위까지 내려앉았다. 반면 리버풀은 대역전극에 성공하며 리그 4연승을 질주, 토트넘에 이어 3위(4승1무 승점13) 자리를 차지했다.
게리 오닐 감독이 이끄는 홈팀 울버햄프턴은 4-2-3-1 전형으로 나섰다. 마테우스 쿠냐가 최전방에, 2선에 페드로 네투·장리크너 벨레가르드·황희찬이 배치됐다. 3선은 주앙 고메스·마리오 르미나, 백4는 라얀 아잇-누리·막시밀리안 킬먼·크레이그 도슨·넬송 세메두였다. 골문은 조세 사가 맡았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이끄는 리버풀은 특유의 4-3-3 전형으로 맞섰다. 디오구 조타·코디 각포·모하메드 살라가 전방에 배치됐다. 중원은 커티스 존슨·알렉시스 맥 알리스터·도미니크 소보슬러이로 구성됐다. 수비진은 앤디 로버트슨·조엘 마팁·자렐 콴사·조 고메스, 알리송 베커로 나섰다. 버질 반 다이크는 직전 뉴캐슬과 경기에서 레드카드를 받은 뒤 징계로 경기에 소집되지 못했다. 콴사와 마팁이 그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가 관전 요소였다.
초반은 홈팀 응원에 힘입은 울버햄프턴의 우세였다. 특히 벨레가르드, 네투, 세메두가 측면에서 드리블 실력을 뽐내며 리버풀을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맥 알리스터는 3분 만에 옐로카드를 받기도 했다.
소득은 전반 6분 만에 나왔다. 네투가 리버풀 수비진 3명을 달고 박스 안까지 진입한 뒤 반대편으로 크로스를 시도했다. 이를 황희찬이 가볍게 오른발로 밀어 넣었다. 알리송이 다이빙했으나, 공은 이미 라인을 넘어갔다. 황희찬의 리그 3호 골. 3분 뒤에도 황희찬-세메두의 오른쪽 돌파에 이은 크로스가 네투에게 연결됐으나, 이번에는 고메스가 걷어내 실점을 막았다.
리버풀은 점유율을 가져오고자 했으나, 울버햄프턴의 수비가 단단했다. 오히려 볼을 탈취한 뒤 빠른 역습을 보여주며 리버풀을 당황하게 하는 모습이 나왔다.
특히 26분에는 코너킥 직후 네투가 맥 알리스터, 소보슬러이를 달고 단숨에 리버풀 박스까지 진입하기도 했다. 이미 카드를 받은 맥 알리스터는 A매치 출전 영향인지 다소 몸이 무거워 보였다. 직후 또 리버풀의 공격이 실패하고 울버햄프턴의 역습이 나왔다. 네투가 넘겨준 크로스를 황희찬이 가슴 트래핑까지 했으나, 로버트슨이 리커버리에 성공하며 슈팅 기회를 막아냈다. 10분 뒤엔 황희찬이 수비 가담에 성공, 조타와의 경합에서 이겨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머리에 충격을 받았으나, 이내 그라운드에서 일어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리버풀은 2분 뒤 로버트슨의 크로스가 학포에게 향했으나, 공은 오른쪽으로 크게 벗어났다. 전반 막바지엔 쿠냐가 박스 바로 앞에서 자신 있게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크게 위로 떴다. 왼쪽에 네투가 있었던 만큼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리버풀은 후반 시작과 함께 루이스 디아스를 투입하며 반전을 노렸다. 저조한 경기력을 선보인 맥 알리스터의 임무는 여기까지였다.
후반 9분 박스 앞 혼전 상황에서 조타의 패스, 살라의 크로스가 반대편의 학포까지 연결됐다. 학포가 가볍게 밀어 넣으며 마침내 균형을 맞췄다. 클롭 감독은 곧이어 다르윈 누네즈까지 투입하며 템포를 끌어 올렸다.
한편 황희찬의 임무는 후반 14분까지였다. 그는 맷 도허티와 교체돼 임무를 마쳤다.
하지만 울버햄프턴의 기세는 여기까지였다. 실점 직후 점점 리버풀에 공을 내주더니, 연이어 슈팅을 허용하며 수비진에 균열이 나기 시작했다. 후반 38분까지 도슨과 세메두의 활약에 빛났으나, 직후 로버트슨과 살라의 2대1패스를 막지 못해 역전 골을 내줬다. 로버트슨의 멋진 침투가 빛난 순간이었다.
후반 45분에는 살라의 패스를 받은 하비 엘리엇이 왼발 슈팅으로 다시 골망을 갈랐다. 다만 부에노를 맞고 들어가 자책골로 바뀌었다.
리버풀 승리의 일등 공신은 단연 살라였다. 90분간 5개의 키패스(슈팅으로 이어진 패스)와 2개의 도움으로 득점을 이끌었다. 마지막 자책골 역시 살라의 침착한 패스가 돋보인 장면이었다.
한편 황희찬은 다시 한번 득점은 물론 뛰어난 활약으로 시선을 모았다. 그는 60분간 1개의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예상 기대 득점(xG) 값은 단 0.11에 불과했는데, 이를 골로 전환시켰다. 장기인 드리블은 3개 시도해 모두 실패했지만, 수비에서 3개의 리커버리와 1개의 파울을 유도했다. 축구 통계 매체 폿몹, 소파스코어는 황희찬에게 각각 평점 6.9, 6.8을 부여했다.
울버햄프턴은 개막을 앞두고 훌렌 로페테기 감독과 결별하고 오닐 감독을 선임하며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 시즌을 맞이했다. 황희찬 역시 로페테기 감독 체제서 많은 기회를 받은 만큼 새로운 주전경쟁이 예고됐으나, 점점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입지를 넓히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옵타에 따르면 황희찬은 울버햄프턴 합류 후 리그 11골을 기록했는데, 해당 기간 그보다 많은 득점을 올린 동료는 없었다. 다니엘 포덴세·라울 히메네스·후벵 네베스 등은 모두 팀을 떠난 상태다. ‘부상 없는’ 황희찬이 주전 입지를 넓힐 절호의 기회를 잡은 셈이다.
울버햄프턴의 다음 일정은 오는 23일 승격팀 루턴 타운과의 6라운드 원정 경기다. 울버햄프턴은 이날 리그 2연패 탈출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