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손흥민의 지지를 받은 히샬리송(브라질)이 영국 현지 매체의 비판도 바꿔놓았다. 동시에 손흥민 역시 연일 ‘주장’의 품격으로 주목받고 있다.
영국 매체 BBC는 18일(한국시간) 2023~24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5라운드 이주의 팀을 공개했다. 전문가 가스 크룩스가 선정한 이주의 팀은 3-4-3 전형으로 구성됐다. 눈길을 끈 건 당당히 최전방 자리를 차지한 히샬리송이었다.
히샬리송은 2023~24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을 떠난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을 대신해 주전 공격수로 낙점받았다.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신임 감독은 시즌 초반 히샬리송을 전방에 배치하고, 2선에 손흥민·제임스 매디슨·데얀 쿨루셉스키를 두는 공격적인 라인업을 꺼내 들었다.
다만 히샬리송의 경기력이 문제였다. 지난 시즌 리그 단 1골에 그친 히샬리송은 개막 첫 4경기서 0골 0도움으로 부진했다. 축구 팬들 사이에선 ‘미스터 제로’라 불리며 그의 저조한 경기력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 히샬리송은 단숨에 토트넘의 영웅이 됐다. 히샬리송은 지난 16일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셰필드 유나이티드와의 2023~24 EPL 5라운드에서 팀이 0-1로 뒤진 후반 35분 교체 투입됐다. 당시 토트넘은 셰필드의 노골적인 시간 지연 행위로 공격 흐름이 끊기는 등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당시 주어진 후반 추가시간은 무려 12분이었다.
이때 히샬리송이 빛났다. 추가시간 8분경 이반 페리시치의 코너킥을 강력한 헤더로 연결해 동점을 만들었다. 2분 뒤에는 쿨루셉스키의 극장 골까지 도우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홈 팬들 앞에서 소중한 승점 3을 가져오는 ‘원맨쇼’였다.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도 바꿔놓았다. BBC 전문가 가스 크룩스는 이주의 팀에 히샬리송을 선정하면서 “득점 당시 그의 움직임도 훌륭했지만, 쿨루셉스키가 득점할 수 있도록 패스한 그의 이타심과 능력이 토트넘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전했다. 이어 “사실 이 선수는 내가 전에 비판했던 선수다. 하지만 주중 브라질에서 뛰고, 정신 건강 상태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면서도 클럽에서 놀라운 영향력을 보여줬다. 앞으로도 계속되길 바란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같은 날 ‘주장’ 손흥민은 주장다운 존재감을 뽐내 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손흥민은 팀 승리 직후 팬들을 향해 히샬리송을 지목하고, 그의 등을 밀며 주인공 자리를 만들어줬다. 토트넘 팬 커뮤니티 ‘스퍼스 웹’은 손흥민의 행동에 대해 “그가 환상적인 주장인 이유는 이런 행동 때문이다. 손흥민은 솔선수범하며, 이타적이면서 타인에 공감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경쟁자에게 이렇게 말하고 행동하는 선수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실제로 손흥민은 경기 뒤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히샬리송의 득점에 대해 크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당시 이적시장에 정통한 파브리치오 로마노 기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손흥민의 발언을 전했는데, 당시 그는 “내 득점보다 히샬리송의 득점이 더욱 기쁘다. 히샬리송은 지난주부터 여러움을 겪었고, 나는 그를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그가 불운 등 여러 이유로 자책하는 모습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손흥민과 히샬리송의 관계는 이미 지난 2월에도 조명된 바 있다. 두 선수는 한 여행 업체의 모델이기도 한데, 지난 2월 히샬리송은 인터뷰에서 “내가 부상을 입었을 때, 가장 먼저 다가와 준 선수가 손흥민이었다. 그는 나에게 고개를 들고, 열심히 훈련하자고 격려했다. 나는 그가 토트넘에서 가장 나를 많이 도와주는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시즌 전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선택이 다시 한번 주목받는다. 손흥민은 2023~24시즌 개막을 앞두고 토트넘의 공식 주장 완장을 꿰찼다. 구단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훌륭한 리더십을 갖춘 선수다. 그가 새 주장으로 선임된 건 이상적인 선택이라고 본다. 우리 모두가 손흥민이 월드클래스 선수라는 걸 알고, 라커룸에서도 모두의 존경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손흥민은 선수단을 향해 “주장으로서의 생각은 우리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좋은 행동과 좋은 훈련 세션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 지금 이 공간(드레스룸)이 제일 중요한 곳이라고 생각한다”면서 “ 정말 중요한 시즌이다. 하나로 뭉치자. 같은 목표를 같은 발걸음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중요한 시즌을 나아가자”라고 힘줘 말했다.
손흥민의 시대를 맞이한 토트넘은 개막 후 첫 5경기에서 4승 1무(승점 13)를 수확하며 리그 2위를 차지했다. 아직까지 EPL에서 무패를 기록 중인 4개 구단 중 하나다. 과연 토트넘이 이 기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전 요소다. 토트넘은 오는 24일 EPL 6라운드 아스널과의 ‘북런던 더비’를 앞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