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쿠치는 20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3 MLB 정규시즌 뉴욕 양키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4피안타 1볼넷 7탈삼진 1실점 호투로 팀의 7-1 완승을 이끌었다. 이날 호투로 그는 시즌 10승(6패)을 기록하고 평균자책점도 3.74로 낮췄다.
토론토는 이날 승리로 지난 16일 보스턴 레드삭스전부터 4연승을 이어갔다. 시즌 84승 67패(승률 0.556)을 기록한 토론토는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2위를 유지했다. 공동 3위 시애틀 매리너스, 텍사스 레인저스와 승차도 전날과 같은 1경기를 유지했다.
가장 돋보인 건 역시 기쿠치의 호투였다. 지난 2019년 시애틀과 계약해 MLB에 데뷔한 그는 160㎞/h에 육박하는 강속구 좌완 투수로 주목받았으나 좀처럼 잠재력이 만개하지 못했다. 단조로운 구종과 제구 탓에 주자를 쌓거나 장타를 맞기 일쑤였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다르다. 지난 2022년 FA(자유계약선수)가 돼 토론토로 이적한 기쿠치는 그해 6승 7패 평균자책점 5.19에 그쳤으나 올해는 3점대 평균자책점을 사수 중이다. 여기에 10승 달성으로 한 단계 더 올라설 수 있게 됐다. 9승을 거둔 후 무려 8경기 만에 나온 승리기도 했다. 활약 덕에 그는 케빈 가우스먼-크리스 배싯-호세 베리오스로 이어지는 선발진에서 특급 4선발 자리를 당당히 지키고 있다.
해프닝도 있었다. 이날 기쿠치는 단 82구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는데, 왼쪽 상부 승모근 경련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매체들은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의 말을 빌어 큰 부상이 아니고, 이는 수면 부족 때문일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팬들이 생각하는 수면 부족과는 차이가 좀 있다. 미국 디애슬레틱은 "기쿠치는 경련에 대해 평소의 13~14시간이 아닌 11시간밖에 자지 못해서 생긴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보통 오후 11시 경에 잠들어 오후 1시에 일어난다"고 전했다.
한편 마운드를 기쿠치가 지키는 동안 타선도 폭발했다. 1회 조지 스프링어가 개인 시즌 20호 홈런을 선두 타자 홈런으로 장식했다. 이어 1-1이 된 4회 상대 송구 실책으로 무사 1·3루 기회를 잡은 토론토는 캐번 비지오의 중전 적시타로 다시 리드를 찾았다. 5회에는 보 비솃이 투런 홈런을 터뜨려 달아나는 점수를 선사했다. 9회에는 알레한드로 커크가 좌중월 투런포를 더해 대승의 대미를 장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