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때부터 꾸준히 태극마크를 달아온 왼손 투수 이의리(KIA 타이거즈)가 대표팀 소집일 하루를 남겨놓고 돌연 탈락 소식을 접했다. 대체 선수는 같은 투수 아닌 외야수 윤동희(롯데 자이언츠)가 됐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경기력 향상 위원회와 한국야구위원회(KBO) 전략강화위원회는 22일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야구 대표팀에서 이의리 대신 윤동희를 명단에 등록한다고 발표했다. KBO는 앞서 21일 "이의리가 부상에서 회복 중이나, 대회 기간 최상의 경기력을 보이기 어렵다고 판단해 교체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KBO는 앞서 발목 수술로 시즌 아웃이 확정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대신 김성윤(삼성 라이온즈)을, 21일까지 1군 마운드에 오르지 못 했던 구창모(NC 다이노스) 대신 같은 NC의 왼손 투수 김영규를 대표팀에 합류한다고 전했다.
2021년 데뷔해 올해로 3년 동안 1군 붙박이로 활약해 온 이의리는 KBO리그 대표 차세대 좌완으로 통한다. 2021년 신인왕을 수상했고 그해 도쿄 올림픽 대표팀도 경험했다. 이어 올해 초에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으로 국제 대회 경험을 쌓았다.
올 시즌도 24경기 10승 7패 평균자책점 4.47로 KIA 선발진의 한 축을 맡았으나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 22일 수원 KT 위즈전 도중 4이닝 2실점을 기록하다 어깨 통증을 느꼈고, 휴식 후 돌아온 지난 9일 LG 트윈스전에서는 손가락 물집이 생겼다.
두 차례 부상을 회복하고 돌아왔으나 류중일 대표팀 감독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의리는 지난 2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등판했다가 1과 3분의 1이닝 5실점(4자책점)으로 올해 최악의 부진을 남겼다.
문제는 이유다. 대표팀은 '부상에 의한 부진'을 이유로 세웠으나 명확한 이유라고 보기도 어렵다. 단순 부진으로는 대표팀 명단을 교체할 수 없어 붙인 명분에 가깝다.
투수를 비웠지만 투수를 채우지 않았다. 대표팀은 우타 외야수라는 점에 주목했다. 프로 2년 차인 윤동희는 이날 선발 전까지 99경기 타율 0.292(352타수 103안타) 2홈런 38타점 40득점 OPS(출루율과 장타율의 합) 0.688을 기록했다.
다만 최선의 선발인지는 물음표가 따른다. 3할에 가까운 타율로 풀 시즌을 소화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 하나 투수진에 빈자리가 생기는 점, 그리고 더 나은 외야수들이 있을 수 있어서다. 삼성 라이온즈 김현준의 경우 타율 0.294 OPS 0.715로 윤동희 못지 않은 성적을 남겼다. 전문 외야수로 수비 경험도 윤동희보다 많다. 단지 좌타일뿐이다.
이의리와 같은 소속팀 김도영은 내야수지만, 역시 타격 성적이 뛰어나다. 타율 0.292 OPS 0.806에 5홈런 19도루(3실패)로 장타력과 빠른 발로는 리그 내 비할 바가 없는 호타준족이다. 이의리 탈락도, 윤동희 선발도 아쉬움과 물음표가 남는 선택지다. 그 부담은 오롯이 대표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