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세계 최고의 스타 '페이커' 이상혁(27·T1)이 태극마크를 달고 항저우에 나타났다. 그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항저우 공항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이상혁은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23일)을 하루 앞둔 지난 22일 오후 항저우 샤오산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가 내리는 출입구에는 그를 기다리는 수많은 현지 팬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한국 스포츠 스타로는 전례가 없는 역대급 환영 인파였다.
그럴 만도 하다. 페이커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 게이머 중에서도 살아있는 레전드로 꼽힌다. 지난 2013년 데뷔한 이후 올해까지 현역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LOL 누적 상금 전 세계 1위인 그는 LOL 팬이라면 누구나 아는 종목 최고의 선수(GOAT)다. 미국 AFP 통신과 영국 로이터 통신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주목해야 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모두 그를 꼽았다.
22일 공항에 들어와 취재진과 만나 이상혁은 "많은 팬분이 이렇게 나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 잘 마무리할 수 있게 노력하고 오겠다"고 감사와 함께 다짐을 전했다. 그는 "중국은 정말 오랜만에 왔다. 항상 이렇게 반겨주신다. 우리 선수들은 항상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예전에도 이렇게 많이 와주셨고, 이번에도 많이 와주셨다.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평소 각자의 프로팀 소속으로 흩어져 있던 국내 선수들이 국가대표라는 이름 아래 모이는 건 드문 일. 어색할 수 있던 팀 조합이지만, 이상혁은 긍정적이라 설명했다. 그는 "선수들이 각각 다른 팀에 와서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었는데, 맞추다 보니까 다들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이제 LOL을 몰라도 페이커 석 자는 들어봤을 정도로 그의 전국민적 인지도는 상당하다. 그래도 스포츠 선수로서 전 세대에게 사랑받는 '국가대표' 타이틀은 의미가 있다. 지난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은메달에 이어 이번 대회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세대 불문 e스포츠에 대한 인지도도 달라질 수 있다. 이상혁은 "많은 분이 e스포츠가 아직 정식 종목인지 잘 모르시는 것 같더라. 이번 기회에 저희가 좋은 성적을 얻어 많은 분께 좋은 이미지를 남긴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기대를 전했다.
물론 '국가대표여서' 무리하는 일은 없다. 다만 준우승에 그쳤던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설욕은 확실히 정조준한다. 이상혁은 "이번에는 그때와 또 다른 팀원들과 같이 도전하게 됐다. 많은 팀원과 힘을 합쳐 이번에는 꼭 이길 수 있게 준비하겠다"면서도 "국가대표이기 때문에 더 중요한 건 맞지만, 아무래도 난 프로게이머다. 게임에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LOL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은 '꼬마' 김정균 감독은 취재진과 인터뷰를 통해 "지금 이렇게 (항저우로) 들어왔는데, (한국과) 크게 다른 느낌은 못 받았다. 일단 경기가 시작돼 봐야 알 것 같다. 무조건 목표는 금메달이다. 머릿속에는 금메달밖에 없다"고 강한 우승 열망을 드러냈다.
이어 "선수들 컨디션은 정말 괜찮은 것 같다. 다만 컨디션이라는 게 그날그날에 따라 너무 다른 거다. 오늘 항저우에 처음 왔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최대한 컨디션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은 LOL의 최대 시장인 동시에 열광적인 홈 팬들이 종목을 가리지 않고 경기장을 찾는다. 홈팬들의 입김이 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김 감독은 "부정적인 부분에 대해 내가 바꿀 수 있는 거라면 (해결할 수 있게) 정말 많이 생각했다. 바꿀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다, 부딪히자' 생각했다. 좀 더 긍정적으로 '어떻게 하면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해 많이 생각 중이다. 선수들과도 그에 대해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