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계의 슈퍼스타 '페이커' 이상혁(27·T1)이 항저우에 발을 내딛자마자 주변에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이상혁은 22일 오후 아시안게임(AG)이 열리는 항저우 샤오산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상혁이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공항 내 자원봉사자들이 그를 알아보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다. 한 자원봉사자가 휴대전화로 이상혁과 찍은 사진을 자랑하자, 갑자기 그의 주변으로 자원봉사자 동료들이 모여들어 구경했다.
이상혁이 발걸음을 옮겨 수화물을 찾기 위해 기다리자, 몇몇 자원봉사자들이 계속 이상혁 주변을 맴돌며 눈치를 봤다. 그러자 이를 제지하는 자원봉사자도 있었다.
이상혁이 출국장을 빠져나오자, 공항은 순식간에 마비됐다. 100여 명이 넘는 중국 팬이 이상혁 주변으로 몰려들어 인터뷰가 제대로 진행되기 힘들 정도였다. 몇몇 팬은 이상혁을 더 가까이서 지켜보려다가 넘어지기도 했다. 꽃다발을 챙겨온 팬도 있고, 재치 있는 플랜카드를 만든 팬들도 보였다.
이상혁이 인터뷰를 마치고 발걸음을 옮기자 팬들 역시 우르르 뒤따라갔다. 그가 경호원의 도움 속에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이동하면서 모습이 사라지자, 공항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이번 항저우 AG에서 e스포츠는 입장권이 가장 비싸고, 티켓을 구하기도 가장 어려운 종목이다. 그럼에도 입장권 수요가 너무 많아 이번 대회 종목 중 유일하게 복권 추첨 방식으로 입장권을 판매했다.
그 가운데 이상혁은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 게이머 중 최고 레전드로 손꼽힌다. 2013년 데뷔한 그는 LOL 누적 상금 전 세계 1위에 올라 있다. 미국 AFP 통신과 영국 로이터 통신이 항저우 AG에서 가장 주목해야 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뽑았다.
이상혁은 "정말 오랜만에 중국에 왔다. 많은 팬이 이렇게 나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며 "우리 선수 모두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상혁은 시범 종목이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에 밀려 은메달을 땄다.
그는 "5년 전과 다른 팀원들과 이번 대회에 나선다. 이번에는 꼭 결승에서 이길 수 있게 잘 준비하겠다"고 설욕을 다짐했다. 이어 "국가대표로 나선 이번 아시안게임은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나는 프로 게이머니까, 모든 게임에 최선을 다하는 것도 당연하다"며 "많은 분이 아직 e스포츠가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인 걸 모르는 것 같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금메달)으로 많은 분께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싶다"고 바랐다.
이형석 기자 ops5@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