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강 진출은 물론 조 1위도 확정됐다. 그동안 한국축구를 괴롭혔던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질 필요 없이 편안하게 치를 수 있는 조별리그 최종전이다. 대회 시작 후 아직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거나, 선발 기회를 얻지 못했던 선수들의 컨디션을 끌어올릴 절호의 기회다. 아시안게임 3회 연속 금메달을 위한 중요한 발판이 될 무대이기도 하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4세 이하(U-24)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은 24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중국 저장성의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바레인과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3차전을 치른다. 2전 전승, 16강 진출과 조 1위를 모두 확정하고 치르는 최종전이다.
최종전을 반드시 이겨야 한다거나 무승부 이상을 거둬야 하는 등 경우의 수는 완전히 사라졌다.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만 하더라도 2차전 말레이시아전 충격패 여파로 3차전에 대한 경우의 수를 따져야 했다. 당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국제대회에서 한국축구는 늘 조별리그부터 복잡한 경우의 수를 따질 때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만큼은 다르다. 황선홍호는 앞서 쿠웨이트를 9-0으로, 태국을 4-0으로 잇따라 대파하고 일찌감치 승점 6을 쌓았다. 2위 바레인(승점 2)과 격차는 이미 4점 차다. 이번 경기에서 바레인에 지더라도 한국은 조 1위 자리를 지킨다. 조별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16강 진출을 확정한 건 한국과 중국(A조) 이란(B조) 우즈베키스탄, 홍콩(이상 C조) 일본(D조) 북한(F조)이다. 이번 대회 16강은 6개 조 1·2위 팀과 3위 중 성적이 좋은 상위 4개 팀이 오른다.
한국은 당당히 E조 1위로 16강 대진표에 이름까지 올렸다. 16강 상대는 F조 2위 팀이다. F조엔 북한과 인도네시아, 대만, 키르기스스탄이 속해 있다. 현재 2위는 인도네시아지만, 북한과 인도네시아가 최종전 맞대결이 예정돼 있어 아직 16강 상대 윤곽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조별리그 최종전이 모두 끝난 뒤에야 16강 상대의 윤곽도 잡힌다. 대신 한국이 8강에 오르면 중국과 B조 또는 D조 3위 팀의 승리 팀과 격돌한다. 개최국 중국과 일찌감치 만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쿠웨이트-태국전을 48시간 간격으로 치른 만큼 황선홍 감독은 주축 선수들에게 대거 휴식을 줄 예정이다. 앞서 2경기 연속 선발 출전한 고영준(포항)과 엄원상(울산) 황재원(대구) 이광연(강원)을 비롯해 ‘와일드카드’ 백승호, 박진섭(전북) 역시 교체 출전도 없이 숨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 박진섭의 경우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모두 경고를 받아 징계로 결장한다. 고민의 대상이 된다면 닷새 전 쿠웨이트전에 선발로 나선 선수들보다는 사흘 전 태국전에 선발로 출전한 선수들이 조금이나마 더 휴식을 받을 전망이다.
팬들의 관심은 아무래도 지난 21일 합류한 이강인이 얼마나 출전 기회를 얻느냐에 쏠린다. 이강인은 소속팀 일정으로 인해 늦게 합류했다. 지난 태국전 경기는 벤치에서 직접 지켜봤다. 부상에서 막 회복한 만큼 몸 상태를 점검해야 하고, 컨디션도 빨리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 황선홍 감독은 이강인이 합류하면 면밀하게 체크한 뒤 출전 타이밍을 고민할 계획을 세웠다. 승패에 대한 부담이 없는 경기인만큼 어느 정도는 출전 기회를 주며 컨디션을 끌어올릴 기회를 줄 가능성이 크다. 앞서 2경기에서 13골을 터뜨린 화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새 조합법을 찾을 기회이기도 하다.
또 다른 공격수인 송민규(전북) 역시 대회 첫 출전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부상 여파로 2경기 모두 결장했는데, 다행히 컨디션이 많이 올라와 출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우영(슈투트가르트·3골) 엄원상(2골) 안재준(부천·2골) 등 앞서 다른 측면 공격 자원들이 모두 골맛을 보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송민규도 가세한다면 황선홍호 화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여기에 이광연(강원) 대신 민성준(인천)이나 김정훈(전북) 중 누가 골문을 지킬지에도 관심이다. 쿠웨이트·태국전에서 교체로 1경기 출전하는데 그친 최준(부산 아이파크)이나 김태현(베갈타 센다이)도 첫 선발 기회를 기대하고 있고, 유럽파 수비수 이한범(미트윌란) 역시 이재익(서울이랜드)이나 김태현과 호흡을 이뤄 경기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여유롭게 경기를 치르는 과정 속 부상을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한국과 달리 바레인은 태국·쿠웨이트와 1점 차로 쫓기고 있어 한국전 승리가 필요하다. 자칫 바레인의 경기 양상이 매우 거칠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부상 선수 없이 조별리그 최종전을 마치고, 이왕이면 3전 전승의 기세 속 토너먼트에 오르는 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다.
상대인 바레인은 앞서 한국이 대승을 거뒀던 태국, 쿠웨이트와 모두 1-1로 비긴 팀이다. 아시안 게임 역대 성적은 지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16강이 최고 성적이다. U-23 대표팀 간 역대 전적에선 8승 1무로 한국이 압도적인 우위인데, 바레인이 16강에 올랐던 2018년 아시안게임에서 6-0 대승을 거둔 기억도 있다. 조별리그가 끝나면 한국은 오는 27일 16강전을 시작으로 토너먼트에 돌입한다. 10월 1일, 4일, 7일에 8강부터 결승까지 차례로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