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중국 저장성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최종전 대한민국과 바레인의 경기. 전반전 이강인이 교체되고 있다. 연합뉴스24일 중국 저장성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최종전 대한민국과 바레인의 경기. 이강인이 패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이 드디어 아시안게임 무대를 누볐다. 출전 시간은 35분 정도로 제한됐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좋은 존재감을 보여주며 ‘에이스’ 역할을 기대케 했다. 특히 결정적인 득점 기회의 기점이 된 패스가 일품이었다. 박지성 해설위원도 감탄을 자아낸 장면이었다.
이강인은 24일(한국시간) 중국 저장성의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E조 최종전에 선발 출전해 35분을 소화했다. 공격 포인트와는 인연이 닿지 않았지만,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닌데도 번뜩이는 센스를 여러 차례 보여줬다.
이강인에겐 뒤늦은 아시안게임 데뷔전이었다. 이번 경기는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3차전이었지만, 앞선 2경기엔 모두 결장했다. 소속팀 PSG 경기 일정으로 대표팀 합류가 늦어진 탓이다. 1차전 쿠웨이트전엔 아예 대표팀에 없었고, 2차전 태국전도 늦게 합류하면서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조별리그 3차전에서야 드디어 아시안게임 무대를 누볐다.
우선 기대를 모았던 활용법은 2선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이날은 최전방 공격수로 조영욱(김천 상무)이 배치됐고, 이강인을 중심으로 정우영(슈투트가르트)과 안재준(부천FC)이 양 측면에 섰다. 최전방 공격수 또는 측면, 중원 배치 등 여러 선택지가 있었으나 황 감독이 먼저 꺼내든 활용법은 2선 중앙이었다.
24일 중국 저장성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E조 최종전에 선발 출전한 이강인. 사진=대한축구협회24일 중국 저장성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최종전 대한민국과 바레인의 경기. 전반전 이강인이 교체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기본적인 위치가 2선 중앙이었을 뿐 폭넓게 움직이며 기회를 찾았다. 때로는 조영욱과 나란히 투톱에 서거나, 중원 깊숙한 곳까지 내려올 때도 있었다. 양 측면에 넓게 포진해 공격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2선 중앙에 배치되는 대신 프리롤로서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이었다.
아시안게임 무대에 나선 PSG 선수. 상대인 바레인 입장에선 당연히 경계대상 1호였다. 경기 초반부터 거센 태클이 이강인에게 향했다. 이강인은 전반 3분 만에 두 차례나 태클에 걸려 넘어지며 프리킥을 얻어냈다. 그러면서 이강인도 서서히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컨디션이 올라온 이강인은 서서히 번뜩이는 플레이들을 보여줬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을 잡은 전반 9분엔 완벽한 페인팅을 보여줬다. 측면을 돌파하는 척 가운데로 파고들면서 상대 수비수를 완전히 따돌렸다. 순간적인 움직임에 상대 수비수는 속수무책이었다. 이강인은 두 번째 수비수마저 따돌리고 방향을 전환하는 패스로 흐름을 바꿨다.
상대가 워낙 두텁게 수비벽을 쌓은 탓에 이강인에게 공격 기회가 잘 가진 않았다. 그래서 이강인도 폭넓게 움직이며 공을 받을 위치를 찾았다. 공이 없는 상황에서도 페인팅 동작을 통해 상대 수비수를 흔드는 모습들도 자주 보여줬다. 이강인의 존재는 상대 수비진엔 너무도 위협적이었다.
하이라이트는 전반 24분이었다. 박규현(디나모 드레스덴)의 패스를 왼발 논스톱 패스로 연결해 왼쪽 수비 뒷공간으로 전달했다. 패스는 정우영에게 연결됐다. 정우영의 크로스는 조영욱의 헤더까지 연결됐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득점은 무산됐지만 공격 패턴은 박수가 아깝지 않았다. 상대의 두터운 수비를 뚫어낸 이강인의 시야와 패스가 단연 빛났다. 박지성 SBS 해설위원도 “저 상황에서 빠져 들어가는 선수(정우영)를 볼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나 좋은 패스였다”고 호평하기도 했다.
이후 이강인은 이번엔 왼쪽 측면에 포진했다. 왼쪽 측면 돌파 후 특유의 날카로운 왼발 슈팅을 연결했다. 정우영의 헤더까지 연결되는 등 날카로운 크로스가 문전으로 연이어 전달됐다. 그야말로 위치를 가리지 않고 선보인 존재감이었다.
24일 중국 저장성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바레인과의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E조 최종전에 선발 출전한 이강인. 사진=대한축구협회24일 중국 저장성 진화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최종전 대한민국과 바레인의 경기. 전반전 이강인이 교체되며 황선홍 감독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강인에게 허락된 시간은 35분이었다. 전반 35분이 되자 황선홍 감독은 이강인을 불러들이고 고영준(포항 스틸러스)을 투입했다. 이강인 합류 전부터 황선홍 감독은 이강인의 몸 상태나 컨디션을 면밀하게 체크해 출전 시간을 조절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강인이 지난달 소속팀에서 당한 부상으로 한달 간 회복에 전념해 최근에야 복귀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강인은 아시안게임 대표팀 차출 직전 소속팀 경기에서도 10여분을 소화하는 것으로 부상 복귀전을 치렀다. 이후 이동 거리나 시차 적응 등을 고려하면 갑작스레 출전 시간을 늘릴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이번 경기는 조 1위와 16강 진출을 모두 확정한 뒤 치른 경기였다. 굳이 무리수를 던질 필요가 없었던 경기였다.
오직 금메달인 목표인 황선홍호는 이제 16강부터 토너먼트 4경기를 치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강인의 출전 시간을 늘려가며 궁극적으로 8강 이후부터 활용법을 극대화하겠다는 게 황 감독의 구상이었다. 전반 35분 만을 뛰고도 빛난 이강인의 존재감은 그래서 더 반가웠다. 금메달을 향한 황선홍호 역시 이강인의 합류로 마지막 퍼즐을 채웠다.
한편 이날 한국은 조 1위, 16강 진출을 확정하고도 바레인을 3-0으로 완파했다. 이한범(미트윌란)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백승호(전북 현대) 고영준의 후반 연속골을 더했다. 결국 한국은 조별리그 E조를 3전 전승, 16득점·무실점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통과했다. 16강 상대는 F조 2위 키르기스스탄, 무대는 오는 27일 오후 8시 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