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과 아스널의 북런던 더비에서 멀티 골을 넣으며 맹활약한 손흥민이 현지 매체로부터 극찬 세례를 받고 있다.
손흥민은 지난 2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스널과의 2023~24시즌 EPL 6라운드에서 선발 출전, 약 79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멀티 골을 터뜨리며 팀의 2-2 무승부에 힘을 보탰다. 나란히 리그 개막 후 4승 1무를 수확한 두 팀은 치열한 접전 끝에 승점 1씩 나눠 가졌다.
이날 북런던의 승자를 가리진 못했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건 단연 ‘주장’ 손흥민이었다. 그는 이제는 익숙한 스트라이커로 나서 아스널의 수비진을 위협했다. 특히 팀이 위기에 놓였을 때마다 득점을 터뜨리며 주장다운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전반전 토트넘은 아스널의 거센 압박에 고전하며 빌드업 플레이가 번번이 끊겼다. 전반 26분에는 역습을 허용한 상황에서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자책골까지 나오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토트넘은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10년간 아스널 원정에서 1승 4무 7패에 그친 바 있다. 마침 올 시즌 아스널의 수비진은 데클란 라이스를 중심으로 올렉산드르 진첸코·가브리엘 마갈량이스·윌리엄 살리바·벤 화이트가 이루는 백4가 탄탄한 전력으로 구성됐다. 당초 토트넘의 열세가 점쳐진 배경이다.
하지만 손흥민은 번번이 팀을 위기에서 구해냈다. 전반 41분에는 ‘세리머니 단짝’ 제임스 매디슨의 땅볼 패스를 감각적으로 왼발로 돌려놓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직전 다비드 라야는 브레넌 존슨의 슈팅을 환상적으로 다이빙으로 막았지만, 손흥민의 슈팅을 막진 못했다.
후반전에도 앞선 건 아스널이었다. 후반 6분 코너킥 상황에서 화이트의 슈팅이 로메로의 팔에 맞아 비디오 판독(VAR)으로 이어졌다. 최종 판정은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사카가 골망을 가르며 아스널이 2-1로 앞선 순간이었다.
로메로의 연이은 불운으로 분위기가 넘어갈 뻔했지만, 이번에도 매디슨-손흥민이 빛났다. 킥오프와 동시에 매디슨이 조르지뉴를 상대로 볼 탈취에 성공했다. 매디슨은 침착하게 박스 안 손흥민에게 건넸고, 그는 오른발 슈팅으로 가볍게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 양 팀의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지만, 끝내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2-2로 마쳤다.
이날 맹활약을 펼친 손흥민에게는 찬사가 이어졌다. 스카이스포츠는 경기 뒤 최우수선수(MOTM)로 손흥민을 꼽았다. 이날 양 팀의 최고 평점인 8점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외 축구 통계 매체 폿몹, 소파스코어 등도 각각 8.8, 8.6점을 부여했다. 이는 이날 선발로 나선 22명 중 가장 높은 평점이었다.
손흥민은 79분간 2개의 유효 슈팅으로 2득점을 올렸다. 패스 성공률 93%(13/14)·키 패스 2회·빅 찬스 생성 1회·피 파울 1회 등 전방에서 빛났다.
북런던 더비에서도 남다른 기록을 썼다. 축구 통계 매체 옵타, 스쿼카 등에 따르면 손흥민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북런던 더비에서 멀티 골을 터뜨린 최초의 토트넘 선수”다. 이어 역대 EPL 북런던 더비 골 기록 부문 4위(8골)에 올랐다. 이제 그의 앞에는 해리 케인(14골) 엠마누엘 아데바요르(10골) 로베르 피레스(8골)뿐이다.
스카이스포츠 전문가 제이미 레드냅은 손흥민을 향해 “그는 정말 좋은 윙어지만, 동시에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다”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경기 뒤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역시 “손흥민과 매디슨은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고 운을 뗀 뒤 “그는 항상 팀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9번 포지션(스트라이커)에서 마무리를 할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라고 찬사를 보냈다.
한편 손흥민은 올 시즌 EPL 4·5호 골을 터뜨리며 유럽 무대 통산 199호 골 고지를 밟았다. 토트넘에서만 150번째 골을 터뜨렸다. 그보다 앞서 함부르크, 레버쿠젠(이상 독일)에서 각각 20골·29골을 넣었다. 200골 대기록까지는 단 1골 남았다.
토트넘의 다음 일정은 오는 10월 1일 리버풀과의 EPL 7라운드 경기다. 나란히 무패를 달리고 있는 두 팀의 만남이다. 지난 시즌에는 리버풀이 2번 모두 토트넘을 꺾은 바 있다.
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