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랭킹 1위. 한국 태권도의 간판스타. 여기에 첫 아시안게임(AG) 금메달까지 추가하고도 장준(23·한국가스공사)은 파리 올림픽을 향한 긴장을 풀지 않았다.
장준은 지난 25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AG 태권도 남자 58㎏급 결승전에서 이란의 신예 마흐디 하지모사에이나포티를 라운드 점수 2-0으로 꺾고 우승했다. 16강전부터 결승전까지 전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다. 단 한 번의 라운드 패배도 기록하지 않은 '무결점 우승'이었다.
쉬운 상대는 아니었다. 올림픽, AG 입상이 없는 신예였으나 상당히 고전했다. 1라운드에서는 1-1 상황에서 날린 회심의 머리 공격이 인정되지 않았고, 2라운드 시작 후 감점에 몸통 공격까지 연이어 허용, 0-3으로 초반 기세를 내줬다.
고비마다 비디오 판독으로 정심을 끌어냈다. 1라운드 머리 공격이 판독 결과 득점(3점)으로 인정돼 1라운드 승리의 기반이 됐다. 2라운드 때는 라운드 종료 직전 1-4로 몰린 상황에서 회심의 내려차기로 상대 헬멧을 공략했다. 처음에는 득점이 인정되지 않았지만, 판독 결과 득점이 인정됐다. 라운드 점수는 4-4 동점으로 끝났으나 머리 공격이 가점돼 최종 승자가 됐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장준은 "상대는 최근 굉장히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였다. 그를 이길 수 있어서 정말 기분 좋다. 개인적으로 첫 AG 출전이었는데, 1등을 하게 돼 좋다"고 전했다.
두 차례 비디오 판독 덕분에 살아난 그는 "1라운드 때는 심판께서 다른 부분을 보셔서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다. 재판독해 줘 점수가 들어가 이길 수 있었다"며 "내가 확실히 상대 얼굴을 맞춘 느낌이 있었다. 얼굴을 맞춘 장면을 봐야 하는데, 심판분께서 그다음 장면만 계속 보셔서 설명해야 했다"고 웃었다.
장준은 도쿄 올림픽에서도 이미 랭킹 1위였던 금메달 기대주였다. 그러나 동메달에 그쳤다. 이번엔 랭킹에 걸맞은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는 "(코로나 시대에) 실전을 뛰지 못한 게 당시에 정말 크다고 생각했다. 이번엔 경기를 계속 뛰었다. 상대 선수들에 대한 전력 파악도 어느 정도 됐다. 상대 영상을 보며 계속 준비해 왔다"고 돌아봤다.
지난 8월 기준 세계태권도연맹(WT) 랭킹 1위(362.56점)였던 장준은 이번 우승으로 40.00점을 추가했다. 국내 동 체급 2위인 박태준(경희대·327.62점·세계 4위) 등과 차이가 벌어져 파리 올림픽 진출 가능성이 더 커졌다.
그는 방심하지 않았다. 장준은 "아래 랭킹에서 치고 올라오는 신예 선수들이 정말 많다. 이번 이란 선수도 그랬다"며 "그런 선수들 영상도 최대한 많이 챙겨본다. 상대 선수의 스타일을 잘 분석하려고 한다. 잘 준비해 올림픽을 맞이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