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유튜버'라는 호칭이 제법 어울리는 조원희(40) 전 해설위원은 축구에 진심이다. 은퇴 후 해설 등 여러 활동을 한 그는 현재 '크리에이터'로 한국축구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조원희 전 위원의 유튜브 채널인 '이거해조 원희형'은 구독자 44만명을 거느리고 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1대1 콘텐츠' '조축 몰래카메라' 등 숱한 히트작을 남기며 인기 축구 채널로 급성장했다. "지금도 성공한 건 아니다"라며 손사래 쳤지만, 석 달 전 기성용(FC서울)이 출연한 조축 몰래카메라는 조회 수 500만회를 훌쩍 넘겼다. 개그맨 이수근이 나온 영상을 비롯해 1대1(공격과 수비를 나눠 대결) 콘텐츠 다수가 조회 수 100만회를 상회할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본지와 만난 조원희 전 위원은 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축구 이야기를 시작했다. 한국과 일본의 격차가 벌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 최근 그가 고민하는 바를 털어놨다. 그가 평소 한국축구를 얼마나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와 한참 토론한 뒤에야 콘텐츠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갔다.
조원희 전 위원은 은퇴 후 '선수 때보다 몸이 좋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자기관리를 여전히 철저히 하고 있다. 이날 새벽부터 러닝을 했다는 그는 "나는 퍼포먼스를 보여야 한다. 콘텐츠 등 내가 해야 할 일들은 말을 많이 하기보다 몸소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관리를 더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조원희 전 위원이 직접 필드 위를 누비는 영상이 이거해조 원희형 채널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끌어낸다. 1대1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현역 국가대표 선수들까지 여럿 출연한 이 콘텐츠는 이영표 해설위원이 나오면서 빛을 봤다. 조 전 위원의 채널이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도 됐다.
조원희 전 위원은 "처음에 나는 이영표 선배가 나를 상대로 10번 중에 한 번도 못 넣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영표 선배는 기본 6골 이상 넣을 수 있다고 했다. 팬들께서 둘이 붙어보라고 해서 영상을 찍었는데, 너무 잘됐다"며 "이영표 선배가 내 채널 지분 50%를 갖고 있다. 본인도 그렇게 이야기한다"며 웃었다.
1대1 상대로 가장 어려웠던 선수로 권창훈(수원 삼성)을 꼽았다. 조원희 전 위원은 "대부분이 드리블을 본인 의지대로 가져가는데, 권창훈은 내 몸을 보고 친다. 가속과 감속, 마무리도 너무 좋았다"고 떠올렸다. 아직 성사되진 않았지만, 손흥민과 1대1 대결에 관해서도 전망했다. "손흥민이 10개를 다 넣지 않을까 생각도 하면서 이강호 골키퍼가 1~2개는 막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7~8개 정도 먹힐 것 같다"며 "자신이 없다. 손흥민은 좌우 어디로 갈지 모르는 선수"라고 했다.
조원희 전 위원이 최근 가장 애정을 쏟는 콘텐츠는 '영재도굴단'이다. 고등학생 축구 유망주들을 직접 찾아가서 보고, 조명하는 콘텐츠다. 그는 "우리 어린 선수들이 잘하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우리 유튜브 팀에서 내가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인데, 다 같이 좋다고 호응해 준 게 처음이었다"고 설명했다.
늘 밝은 모습으로 '가야돼, 가야돼' 등 여러 유행어를 외치며 시청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조원희 전 위원은 "거리를 다니다 보면 사람들이 나를 보고 웃는다. 개그맨 이미지가 된 것 같다. 이제는 그게 나도 편하다”며 "팬들이 각자 좋아하는 콘텐츠를 이야기한다. 그런 걸 보면 사명감이 생긴다. 대중 눈높이에 맞춰 콘텐츠를 기획하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인 것 같다"고 전했다.
조원희 전 위원은 최근 중·고등학교 지도자들을 만나 현장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그는 "개인적인 목표는 지도자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다. 현장 경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좋은 타이밍이 오면 제대로 준비해야 할 것 같다"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