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지가 26일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여자 배영 2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시상대에 올라 밝게 웃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선수로는 25년 만의 아시안게임(AG) 여자 배영 200m에서 메달을 딴 여고생 이은지(17·방산고)는 수줍어하면서도 당당했다. 그는 "제가 기록을 깼어요"라며 "여러분 더 기대해 주세요"라고 웃었다.
이은지는 26일(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수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AG 수영 경영 여자 배영 200m에서 2분09초75로 3위를 기록했다. 1위는 2분07초28을 기록한 펑쉬웨이(중국), 2위는 2분08초70의 류 야신(중국)이다. 사진=연합뉴스
이은지는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 인터뷰에서 "너무 감동적이다. 지금까지 힘들었던 걸 다 보상받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제(25일) 배영 50m(28초60, 5위)에서 아쉬움이 남아 걱정이 많았는데, 200m에서 마음을 다잡고 임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정말정말 기쁘다"고 웃었다. 첫 AG 출전에서 따낸 값진 첫 메달이다.
이은지는 50m(30초67) 100m(1분03초92) 150m(1분37초13)까지 모두 4위로 통과했다. 그러나 마지막 50m 구간에서 막판 스퍼트로 역전에 성공, 3위를 기록했다. 그는 "150m까지 정확한 순위는 몰라도 4~5위 안에 들 것으로 생각했다. 마지막 터치 패드를 찍고 '됐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연합뉴스
이은지의 메달이 더 의미 있는 건 한국 수영이 여자 배영 200m에서 따낸 25년 만의 성과였기 때문이다. 1998년 방콕 대회에서 심민지가 동메달을 딴 바 있다. 이 소식을 접한 이은지는 "전혀 몰랐다. (한국이 배영 200m에서 메달을 얻기까지) 너무 길었네요"라며 "제가 깼습니다"라고 MZ 세대의 당찬 모습을 선보였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이은지는 지난달 말 아시안게임을 대비해 훈련 중에 초저온 회복처치기(크라이오 테라피·Cryotherapy) 치료를 받다가 '동상 진단'을 받았다. 대회 출전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훈련 강도를 높여야 할 시기에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차질을 빚게 됐다. 심리적인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은지는 "처음에는 당황했지만 '그래도 대회 개막 직전에 다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 다시 열심히 훈련했다"며 "잘 이겨내려고 애썼다. 9일 만에 훈련을 재개했고, 기량도 어느 정도는 회복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은지는 한국 여자 배영의 일인자다. 아직 고교생이지만 배영 여자 100m 한국 기록(1분00초03)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7월 열린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서는 혼성 혼계영 400m 멤버로 나서 한국 신기록(3분47초09) 달성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배영 100m와 혼성 혼계영 출전 등을 남겨놓고 있다. 이은지는 "지금까지 수영은 크게 주목받지 못한 스프츠였다. 더 열심히 노력하고 힘내겠다"라며 "아직 개인전과 단체전이 남았으니 더 많이 기대해 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