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수가 26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뒤 시상대에 오르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펜싱 여자 사브르 국가대표 윤지수(30·서울특별시청)는 중학생 때 비교적 늦게 펜싱에 입문했다. 체육 선생님이 '펜싱을 해보자'고 권유했으나,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 그는 "아버지를 끈질기게 설득해 간신히 허락받았다"고 회상했다.
윤지수의 아버지는 한국 프로야구에서 전인미답의 100완투 기록을 세운 윤학길(현 KBO 재능기부위원)이다. 윤 위원은 현역 시절 117승 94패 평균자책점 3.33을 기록, 여전히 롯데 자이언츠 최다승 투수로 남아있다. 사진=연합뉴스
아버지의 유전자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윤지수는 26일 아시아 사브르 여왕으로 등극했다.
세계랭킹 16위 윤지수는 26일 중국 항저우 전자대학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여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사오야치(중국)를 15-10으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앞서 2014년 인천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AG에서 단체전 금메달, 2020 도쿄 올림픽 단체전 동메달을 따낸 윤지수가 국제 종합대회에서 따낸 개인전 첫 금메달이다. 사진=연합뉴스
개인전보다 단체전과 인연이 더 깊었던 윤지수는 준결승에서 천적 자이나브 다이베코바(우즈베키스탄)와 맞붙었다. 202 도쿄 올림픽과 올해 6월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전에서 윤지수에게 패배 아픔을 안긴 상대였다. 윤지수는 열세를 극복하고 15-14로 승리해 결승에 진출했다. 이어 홈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은 사오야치를 물리치고 정상에 섰다.
아버지가 딸의 펜싱 입문을 반대한 건 운동 선수의 삶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 지 알고 있어서다. 딸은 그런 고통을 겪지 않았으면 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을 안고 있는 그는 최근까지도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마취 주사와 테이핑으로 버텨왔다. 구로나 이런 어려움을 딛고 마침내 아시아 사브르의 여왕으로 우뚝 섰다. 사진=연합뉴스
윤지수는 "금메달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준결승 때 만난 다이베코바를 한 번도 못 이겨본 터라 너무 어려웠고, 결승에서도 점수를 따도 딴 것 같지 않았다"며 "어떤 메달 색이든 올라온 걸로 대단한 거니까 후회 없이 경기만 하자고 생각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운동 신경은 아버지를 닮았다. 그리고 마지막 라운드까지 버틸 수 있는 멘털도 아버지를 닮은 게 아닌가 싶다"며 아버지께 고마움을 전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두 차례 AG에선 사브르 대표팀의 막내였던 윤지수는 이번 대회는 맏언니로 나섰다. 그는 29일 단체전에서 동생들과 한국 여자 사브르의 AG 단체전 3연패와 개인 2관왕 도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