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전설이 탄생했다. 김우민(강원도청)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수영 3관왕으로 제패하며 파리 올림픽을 향한 큰 꿈을 꾸기 시작했다.
김우민은 28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4초36에 터치 패드를 찍고 이번 대회 개인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전부터 유력했던 3관왕을 드디어 현실로 만들었다. 역대 한국 수영 대표팀 중 아시안게임에서 단일 대회 3관왕을 차지한 이는 1982년 뉴델리 대회 최윤희(배영 100m·배영 200m·개인혼영 200m)와 2006년 도하 대회(자유형 200m·400m·1500m), 2010년 광저우 대회(자유형 100m·200m·400m)에서 2연속 3관왕을 이룬 박태환 뿐이었다. 그 전설적인 기록에 2023년 김우민도 이름을 더하게 됐다.
타이틀만 많은 게 아니다. 김우민은 28일 자유형 800m 금메달을 딸 당시 7분46초03으로 우승했다. 이는 중국 수영의 아이콘이자, 항저우가 고향인 쑨양의 종전 대회 기록 7분48초36을 2초33이나 줄인 대회 신기록이었다. 자신이 세웠던 종전 한국 기록 7분47초69도 1초63 단축한 숫자였다. 앞서 열린 남자 계영 800m 결선에서도 7분01초73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동료들과 함께 달성했다.
사실 29일 우승한 남자 자유형 400m에서도 신기록을 노렸다. 이날 그는 경기 중반까지 자신의 종전 페이스보다 최대 0.9초 가까이 빠르게 질주했다. 그러나 막판 페이스가 주춤했고, 결승 자체는 압도적 우승을 기록했으나 개인 신기록 달성까진 이뤄내지 못했다.
페이스가 빨랐던 건 욕심이 있어서다. 김우민이 오르고자 하는 정상은 아시안게임 3관왕이 아니다. 아시안게임은 그에겐 일종의 '중턱'이다. 올림픽에 나가 세계 정상에 서는 게 그의 꿈이다. 실제로 그는 자신의 왼쪽 손목에 오륜기를 새겨놓았다. 자신의 눈에만 잘 보이는 자리라 새긴 것이었다. 그만큼 올림픽은 그에게 꿈이요, 목표다.
29일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김우민은 "내 목표는 파리 올림픽이다.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다면 그 정도 페이스로 가야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해 초반에 페이스를 올린 게 사실"이라며 "개인적인 목표가 파리 올림픽에서 포디움에 올라가보는 것이다. 이번 대회는 그걸 위해 연습하는 한 단계의 과정이라고 생각했고, 그 부분이 괜찮게 이뤄진 것 같아 뿌듯하다"고 전했다.
김우민은 "오는 2월 열리는 세계선수권을 파리 올림픽 전 마지막 점검이라 생각하고 대회에 임하겠다"며 "선수권에서도 좋은 결과를 낸다면 파리 올림픽에서도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이어 "부다페스트 대회(2022년) 때 6위를 했는데, 그 다음(후쿠오카 대회) 5위를 했다. 2월 선수권 때 3위를 하고, 올림픽 때 1등을 해보고 싶다"고 다짐했다.
또 다시 새 역사를 쓰기 위해 달려가기 전에, 김우민이 하고 싶은 게 하나 있다. 김우민에게 대회를 마쳤으니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냐고 묻자 그는 "일단 하루만 수영 없이 쉬고 싶다"고 웃었다. 쉼 없이 달려온 '전설'에게도 수영 없는 날 하루 정도는 필요했던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