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 공간에서 핫하게 떠오른 장면이 있다. 영화 ‘가문의 영광’ 2편인 ‘가문의 위기 - 가문의 영광 2’에서 신현준이 김원희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다가 차에 치이는 장면이다. 보다 보면 어이없게 터지는 장면이라며 누리꾼들의 각광을 받았다.
이 영화의 연출가이자 6편 ‘가문의 영광: 리부트’로 돌아온 정용기 감독을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정 감독은 이 장면이 다시 회자되는 데 대해 “사실 나는 그때도 그 장면을 찍기 싫었다. 너무 나간 장면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사실 그 장면이 개봉 당시엔 욕을 진짜 많이 먹었어요. 어떻게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장면을 찍을 수 있느냐는 거죠. 저는 그게 코미디의 특성을 잘 보여주는 거라고 봐요. 그때는 거기까지 수용이 안 됐는데, 시간이 흐르고 다시 보면 ‘저때는 저런 코미디가 있었네’ 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거죠.”
시리즈의 여섯 번째 이야기인 ‘가문의 영광: 리부트’는 잘나가는 스타 작가 대서(윤현민)와 가문의 막내딸 진경(유라)을 결혼시키기 위해 온갖 음모를 꾸미는 장씨 가문의 사생결단 결혼성사 대작전을 그린 코미디 작품이다.
매번 추석 시즌 개봉했던 이 시리즈는 지난 21일 개봉, 30일 현재까지 누적 관객 수 13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누적 관객 수 2000만을 자랑하는 스테디셀러 시리즈로선 아쉬운 스코어다.
그래도 정용기 감독은 코미디의 힘을 믿고 있었다. 정 감독은 “내 기억엔 ‘가문의 영광’ 시리즈는 1편도 욕을 먹었고 2편을 욕을 먹었다”며 “그런데 한 10년이 지나면 아무도 그 영화를 욕하지 않더라. 오히려 밈들이 돌아다니지 않느냐”고 했다.
“영화에 대한 평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거 아닐까요. 제가 ‘가문의 영광’ 시리즈를 2, 3, 4, 5편을 했어요. 이번까지 하면 다섯 편이죠. 그런데 지금 보면 ‘가문의 영광’ 1, 2편을 보면서 욕하는 사람이 거의 없거든요. ‘가문의 영광: 리부트’도 지금은 안좋은 평을 좀 받고 있지만, 10년 뒤엔 모르는 거거든요. OTT를 통해서 본 사람들의 평가도 다를 수 있고요. 저는 쭉 열려 있다고 보고, 그게 영화의 생명력이라고 생각해요.”
정용기 감독은 또 ‘가문의 영광: 리부트’가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촬영되긴 했지만, 그 안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효율적으로 찍고자 했다면서 그런 과정에서 노력해준 배우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배우들이 정말 많이 노력해줬어요. 다들 준비를 많이 해왔고, 현장에서도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줬죠. 조금이라도 재미있게 찍자는 마음으로 현장에서 새롭게 상황을 만들기도 하고 바꾼 부분도 있는데, 그런 모든 부분에 열린 마음으로 참여를 해줬어요. 우리 작품에 함께해준 스태프들과 모든 배우들께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