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향한 독일 현지의 아쉬운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현지 매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평점이 거듭되더니, 이번엔 독일 축구 레전드마저 김민재를 향한 ‘쓴소리’ 대열에 합류했다. 김민재가 매 경기 가장 인상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평가들이기도 하다.
2일(한국시간) 스카이스포츠 독일판에 따르면 독일 레전드 로타어 마테우스는 “김민재는 우리가 바랐던 정도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선수를 비난하려는 건 아니지만, 이탈리아에서의 명성을 바탕으로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다. 분데스리가에 먼저 익숙해져야 한다. 김민재는 바이에른 뮌헨의 불안 요소”라고 지적했다. 이번 시즌 독일 분데스리가에 전 경기 선발로 출전하고 있는 ‘핵심 수비수’ 김민재를 향한 평가다.
지난 1일 라이프치히와의 분데스리가 6라운드 경기가 화근이 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민재는 선발 풀타임 출전했지만, 전반 20분 로이스 오펜다의 선제 실점 장면을 막지 못했다.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오펜다의 질주를 따라붙었지만 끝내 슈팅과 실점을 막진 못했다. 6분 뒤에도 문전 혼전 상황에서 추가골을 실점했다.
다만 두 장면 모두 김민재의 실수로 보긴 어려웠다. 첫 실점에선 당장 파트너 우파메카노가 자리를 지키지 않으면서 뒷공간을 내줬고, 침투하는 공격수를 뒤따르는 김민재 입장에선 수비가 쉽지 않았다. 두 번째 실점 역시도 골키퍼가 제대로 공을 처리하지 못하는 사이 문전으로 공이 흐른 뒤 상대의 슈팅으로 이어진 장면이었다.
오히려 김민재는 이날 3차례의 지상볼 경합 가운데 2차례를 이겨냈고, 태클(100%)과 인터셉트 각각 2개씩을 기록했다. 패스 성공률은 무려 92%(115회 시도·106회 성공), 리커버리는 11회나 기록했다. 패스 성공 횟수나 공격 지역 패스(14회) 리커버리 등은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았다. 폿몹 평점은 7.3점, 소파스코어(6.9)와 후스코어드닷컴(6.5)에서도 무난한 평점을 받았다.
현지 시선은 달랐다. 김민재를 대놓고 비판한 마테우스뿐만 아니라 토마스 투헬 바이에른 뮌헨 감독조차도 “김민재가 일대일로 나갈 이유가 없었고, 우파메카노도 그를 지키지 않고 뛰어나가는 바람에 공간을 내줬다. (우리의 지침과) 완전히 반대되는 행동이었다”며 김민재와 우파메카노 등 수비진을 직격 비판했다.
나아가 독일 축구매체 키커는 김민재에게 평점 4점을 매겼다. 1~6점으로 나뉘는 매체 평점은 숫자가 낮을수록 좋은 평점인데, 김민재는 양 팀 중앙 수비진 가운데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파트너 우파메카노는 3점이었다. 빌트는 우파메카노와 더불어 김민재에게 5점을 매겼다. 사실상 최저 평점이었다. 이날 바이에른 뮌헨은 라이프치히 원정길에서 2-2로 비겼는데, 2실점 모두 김민재의 탓으로 돌리는 듯한 현지 평가였다.
독일 현지의 유독 박한 평가는 비단 이번 경기만이 아니다. 김민재가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을 때도, 무실점 경기를 치렀을 때도 독일 현지의 평가는 유독 김민재에게만 냉정했다. 혹평에 가까운 이번 라이프치히전 평가를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배경이기도 하다.
실제 김민재는 지난달 24일 보훔과의 분데스리가 5라운드를 마친 뒤 현지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평점을 받았다. 당시 바이에른 뮌헨은 무려 7-0 대승을 거뒀고, 김민재는 패스·수비 등 각종 지표에서 양 팀 통틀어 1위를 기록했다. 스탯을 기반으로 한 평점에선 7.7~8.38점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독일 빌트는 김민재에게 평점 3점을 매겼다. 김민재를 제외한 다른 포백 수비진은 2점의 호평을 받은 반면 김민재만 콕 집어 낮은 평점을 줬다.
또 다른 매체인 키커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른 포백 수비수들이 모두 2점을 받은 사이 김민재만 홀로 2.5점의 평점을 받았다. 무실점 경기를 치른 데다 각종 지표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탯을 기반으로 한 평점과 동떨어진, 주관이 섞일 수밖에 없는 독일 현지 매체들의 낮은 평가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자마자 주전 센터백으로 도약해 활약 중인 김민재 입장에선 힘이 빠질 만한 평가들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나폴리의 세리에A 우승을 이끌고, 아시아 선수 최초로 세리에A 최우수 수비수상을 받고 바이에른 뮌헨에 입성한 만큼 현지 기대감도 크겠지만, 그 기대감을 저버릴 만한 부진 역시 아니라는 점에서 독일 현지 평가들은 아쉬움이 더 클 수밖에 없다. 김민재 입장에선 새 소속팀, 새 무대 적응뿐만 아니라 현지의 비판적인 시선과도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시선을 극복하는 건 지금보다 더 꾸준한 활약이 유일한 방법이다. 기초 군사훈련 여파로 가뜩이나 새 시즌 준비가 원활하지 않았던 데다, 최근 가벼운 부상 여파로 제 컨디션도 아니지만 꾸준하게 존재감을 보여줘야 현지 시선을 바꿀 수 있다. 기대가 큰 만큼 더욱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겠으나, 그 안에서 꾸준함을 보여준다면 현지 시선도 서서히 바뀔 수 있다.
나폴리 이적 직후에도 김민재는 칼리두 쿨리발리의 공백을 메우기 어려울 것이라던 부정적인 현지 전망을 실력으로 완전히 돌려놨다. 새로운 팀인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보란 듯이’ 현지 평가를 극복해야 한다. 까다로운 독일 현지의 시선까지 돌릴 수 있다면 김민재의 클래스는 한 단계 더 오를 수 있다. 지난 시즌 세리에A 최우수 수비수상을 받고, 아시아 수비수로는 최초로 발롱도르 후보까지 오른 김민재의 실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